이종상 화백 “졸지에 아마추어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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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일랑 이종상 화백이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5만원권에 들어간 신사임당 초상화를 공개했을 당시 모습. [사진=안성식 기자]

새 5만원권에 새겨질 신사임당의 영정 그림을 그린 이종상 화백은 9일 자신의 그림에 대해 “TV 사극에서 주막집 주모 역으로 나오면 알맞을 얼굴”이라고 혹평을 가한 서지문 고려대 교수의 비판에 대해 “그 얼마나 귀엽습니까. 그분은 참 대단하신 분 같아요”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9일 조선일보에 게재한 ‘신사임당의 참 얼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에 공개된 새 5만원권에 쓰일 신사임당의 초상화를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며 “나의 느낌으로는 그 초상화는 이렇다 할 개성이나 매력이 없는, 텔레비전 사극에 ´동네아낙´이나 주막집 주모 역으로 나오면 알맞을 여성의 얼굴”이라고 혹평했다.

또 “인물화 전문 화가나 여성화가에게 의뢰했다면 이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고 또는 공모를 해서 여러 개의 응모작 가운데서 선정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며 “또 한 사람의 위인이 격하되어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이종상 화백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대해 이종상 화백은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다른 분야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고 내가 영문학에 관심을 갖고 그쪽에 글도 좀 쓰고 했으면 좋겠는데 나이 칠십을 넘도록 내 분야만 해왔으니, 그분은 참 대단하신 분 같다. 배울 점이 많다”며 서 교수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피했다.

이 화백은 “(글에서) 틀린 내용을 일일이 다 지적할 수도 없다”고 전제한 뒤 “50년을 화필 들고 해와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 그런 사람을 제가 몇 마디로 가르칠 수 없다. 나는 그런 천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서 교수가 후배 교수인데 내가 그 앞에서 졸지에 아마추어가 돼 있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칼럼을 본 제자들이 분개하고 난리를 피웠지만 본인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화백은 “모르시는 분들은 밥먹다가 화투치다가 그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식음을 전폐하고 정신일도가 초혼이 되지 않고는 못 그린다”며 그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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