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험-실무 두 토끼 잡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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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비교사 인턴십 참여 이유요? 새로운 도전이죠. 본토 영어 뿐 아니라 ‘선진’을 배우고 견문을 넓히고 싶어서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실패를 두려워 말고 맞닥뜨려 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내 영어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정유진(고려대 영어교육과 3학년·성북구 안암동·사진)씨. 그녀는 지난 겨울방학,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서 ‘중앙일보 미국 예비교사 인턴십’ 선발 공고를 보고 도전했다. 지난 3일, 출국을 이틀 앞둔 정씨를 만났다.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해외경험 단 한번 없는 '순수 국내파'
 어려서부터 영어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정씨는 해외경험이 단 한번도 없는 순수 ‘국내파’다. 그는 학습지 이외에는 딱히 학원에 다닌 적도 없다.

 “방송·연극·연설 등 영어를 쓰거나 배울 수 있는 곳에는 항상 지원했죠. 영어는 책상머리에서 보다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게 훨씬 많거든요.” 그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 및 시·도 영어 연극대회에 출전하고 지역 인터넷 교육방송에 출연하는 등 자신의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활용했다. 각종 대회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런 정씨에게도 내신과 수능 부담은 예외가 아니었다. “대입이 가까워질 수록 성적에 얽매이게 되었어요. 어쩔 수 없이 영어공부도 성적 위주로 하게 되더군요.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한동안 성적에 연연했어요.”

 하지만 정씨의 관심사는 여전히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에 쏠렸다. 학교 홍보대사를 비롯해 영어와 관련된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한 이유다. 그런 정씨에게 미국 인턴십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교육현장을 교생으로서 체험하고 아이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영어실력을 쌓는다는 생각 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이번 인턴십은 학교에서 바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환학생 또는 어학연수와는 차원이 다르죠. 단순히 교육공무원이 아닌 진정한 교육자가 되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영어라면 한가락 한다 자부해왔지만 막상 첫 외유를 앞두니 별의별 생각이 밀려왔다.무엇보다 미국학생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담당 교수님께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자신감 없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겠느냐면서 용기를 주셨어요.” 마음을 굳힌 정씨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 영어인터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10명의 선발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사전교육 60시간 = 미국 교육시스템 배워
 그는 2주간 진행된 국내 사전교육을 통해 영어뿐 아니라 미국 교육시스템에 관해 배웠다.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교수법’에 대해 처음 배웠어요. 교탁 뒤에 숨지 말고 옆으로나와 큰 손짓으로 학생들을 통솔하라는 등 강의 방법이나 잘못된 영어 표현을 미리 익혔습니다.”

 국내 사전교육은 60시간 동안 미국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학생과의 대화방법, 교사의 업무, 현지 교생실습 정보, 에세이 작성법, 참관수업법 등을 배우는 것으로 진행됐다. 정씨는 “무엇보다 수업 내용을 동영상 촬영해 참가 학생들이 장단점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어 좋았다”며 “단순히 미국을 배우고 따라하는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장점을 접목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이번 인턴십을 자신이 교사로서의 자질이 있는 지 파악, 진로를 결정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솔직히 미국 중학생들도 한창 변화가 많은 사춘기여서 외국인인 내가 어떻게 대하고 가르쳐야할 지 사뭇 걱정이에요. 가급적 아이들과 대화의 장을 자주 만들어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데 집중하려고 해요.”

 정씨는 인턴십을 마치고 돌아오면 곧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환학생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열심히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다른 과목 전공자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어요. 미국인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이 영어를 못하는게 당연하잖아요. 이번 인턴십에 컴퓨터교육과·가정교육과·역사교육과 등 영어 비전공 학생들이 선발된게 그 증거죠.”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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