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올 프로야구의 말잔치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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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주일에 팀당 6경기. 프로야구는 경기가 많다 보니 해프닝이 많이 발생하고 말도 많다.

감독.선수.심판등이 무심코 뱉어내는 말들 속엔 사건을 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흥미롭다.

국내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감독이 스타대접을 받기로는 역시 프로야구가 으뜸이다.

올해 단 한번의 선발 등판도 없던 김현욱이 20승까지 거두자 특정투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비난을 의식한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은욘 (김응룡감독) 이는 마무리투수 (임창용) 를 그렇게 자주 내보내도 아무 말 없으면서 왜 나만 욕하는지 모르겠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은욘' 이는 일본에서 자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김성근감독식 발음. 그러나 정작 김응룡감독은 "내가 성근이처럼 투수 기용을 했더라면 몰매라도 맞았을 거야" 라며 시치미 - . 올시즌 최고의 해프닝이었던 방망이사건때도 '말잔치' 가 무성했다.

먼저 방망이를 사용한 삼성 백인천감독은 방망이에 칠한 도료가 너무 두껍다는 지적을 받자 "계란에 페인트칠 두껍게 한다고 그 계란이 안깨지나" 라며 방망이를 계란에 비유해 반문, 화제를 일으켰다.

심판들도 때로는 어이없는 말 실수로 고난을 자초한다.

올시즌초 현대 - 한화의 경기. 정민철의 와인드업 동작에 현대측이 강력히 항의했다.

룰상으로는 분명히 정상적인 동작은 아니었다.

계속되는 현대측의 항의에 경험이 부족한 모주심, "어떻게 야구를 룰대로 다합니까" 라고 하소연. 그 심판은 얼마 뒤 김성근감독과 김응룡감독이 벌인 해프닝에서 '야구는 룰대로 하는 것' 임을 배웠어야 했다.

김성근감독은 해태 김정수의 검은색 글러브에 룰상으로 안되는 흰색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흰색은 글러브 상표. 여태까지 상표 색깔로 문제를 삼은 것은 그때가 처음. 그러나 김응룡감독은 아무 말 없이 상표를 검은 매직으로 칠한 뒤 경기를 계속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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