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할인점 운영하는 이미숙씨…가게줄여 재기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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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대형 할인점과 가격 경쟁으로 맞붙은 소형 가전제품 할인매장이 월 5백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찾는 모든 제품을 완비하고 편의시설까지 갖춘 대형 할인점의 틈바구니에서 구멍가게는 물론 각종 대리점들도 손님이 끊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2년째 전자제품 대리점을 경영하는 이미숙 (李美淑.40) 씨는 대형 할인점의 진출로 한때 폐업위기에 몰린 가게를 오뚜기처럼 다시 일으켜세웠다.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일산지역에 몰려들면서 매출감소로 문을 닫을뻔 했지만 이제는 비용을 빼고도 월평균 수입 5백만원은 거뜬합니다. "

폐업 위기에 몰렸던 李씨가 이처럼 쓰러져가던 가게를 정상화시킨 비결은 바로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서 한창인 리스트럭처링. 가게 면적을 줄여 제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두는데 들어가던 고정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2년전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사가면서 덕양구 마두동 번화가에 전자제품 가게를 냈던李씨의 시름은 까르푸.E마트.킴스크럽등 대형 할인점이 몰려오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진출 이후로는 단골고객조차 편리한 주차시설을 갖추고 소비자 가격보다 싼 제품을 구비한 대형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매출이 격감해 그야말로 '파리를 날리는' 상황에 빠졌던 것이다.

1백20평의 매장에 쌓아둔 2억여원의 진열제품에는 먼지만 쌓여갔지만 매달 4백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 직원 5명의 월급 6백만원까지 합하면 한달 경비가 1천만원에 달했다.

개업 1년만인 지난해 8월부터 경영구조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임대료가 비싼 번화가에서 가게를 빼고 아파트와 주택 밀집지역으로 후퇴하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가게는 30평으로 줄이고 창고도 준농림지에 지어놓은 빈 창고를 싼값에 얻었다.

직원도 5명에서 2명으로 줄여 영업부장과 주부사원만 남겼다. 매장에는 기본 품목만 갖춰 삼성.LG.대우등 주요 가전3사의 TV.냉장고.세탁기만 진열해 놓고 나머지는 카탈로그만 비치했다.

또 창고의 대기물건도 4분의 1로 과감히 줄이고 진열물건도 2억원에서 5천만원어치로 줄였다.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李씨는 진열물건 (창고물건 포함)에서 월 1백만원 가량의 금융비용을 줄였고 인건비와 임대료.고정비등 모두 1천5백만원 가량을 절감했다.

구조조정은 영업방식에서도 그치지 않아 이전과 동시에 'LSD창고형 할인매장' (0344 - 914 - 8212) 이라는 간판을 내걸면서 대형 할인점과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인건비.임대료.재고물건등의 경비가 절감된 만큼 확보된 여유자금으로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최소 22%에서 최대 30%까지 할인판매를 개시한 것이다.

이는 경비를 줄인 탓도 있지만 삼성.LG.대우등 제조업체와 택배시스템 계약을 체결해 중간유통마진을 없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고객이 가게에 들러 물건을 선택하면 제조회사에 연락해 직접 배달하게 함으로써 李씨는 인력과 차량운행비를 그만큼 절감하고 이를 소비자의 몫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까운 지역에 배달할 1톤짜리 차량만 남기고 다른 한대는 최근 처분했다.

구조조정후 1년만에 李씨의 수익구조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에어컨 특수가 있는 7월에는 연중 수익이 가장 많아 1천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고, 봄.가을에도 결혼특수로 평소보다 수익이 많기 때문에 비수기인 1, 8월을 제외하면 월평균 수익은 5백만원 안팎이라는 것이다.

李씨는 이만한 수익을 내는 가게를 차리는데 임대료가 3천만원, 인건비 1백80만원원, 진열제품 1천만원등 모두 5천만원이면 넉넉하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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