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 30층 ‘달리 룸’에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전자 직원들이 달리 룸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30층엔 낯선 방이 있다. 신발을 벗고 일하는, 국내 여느 대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업무 공간이다. 넓이 75㎡인 이 방 여기 저기엔 풍선이 매달려 있다. 한쪽 벽 절반 이상엔 형형색색의 포스트 잇이 붙어 있다. 눈을 돌리면 ‘Go for quantity’ ‘Time & Agenda’라는 문구가 들어온다.

이 방은 이름하여 ‘달리 룸’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자랑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름에서 이 방의 용도가 짐작되지 않는가? 그렇다. 이 곳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공간이다. 이를테면 아이디어 생산 공장이다.

이 방의 주인은 LG전자의 인사이트 마케팅팀이다. 2007년에 신설된 인사이트 마케팅팀은 현재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소속은 연구·개발(R&D), 디자인, 판매 등 제각각이다. 인사이트 마케팅팀 멤버들은 평소엔 각자 부서에서 근무한다. 이들이 이 방에 모이는 건 바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3월 2일 오후 4시. 달리 룸에서 LG전자 직원 2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김영철 C&C팀 차장은 “달리 룸에서 하는 아이디어 회의는 다른 부서 사람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들려줬다.

인사이트 마케팅팀의 ‘아이디어 사냥’이 달리 룸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 팀의 소비자 욕구 조사는 치밀하고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한 가정에 허가를 받아 카메라를 설치하고 소비자의 행태를 24시간 관찰하는 것은 예사다. 특정 매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소비자의 눈길이 가장 많이 닿는 제품을 찾아내기도 한다.

LG전자의 여러 히트 상품 뒤엔 인사이트 마케팅팀이 있다. 와인폰은 “30~40대가 보고 듣고 누르기 쉬운 휴대전화를 선호한다”는 이 팀의 분석이 맞아떨어진 예다. 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해 중국에서 인기리에 판매중인 풀터치폰 ‘쿠키’도 이 팀이 중국 현지조사를 거쳐 낸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인사이트 마케팅팀을 이끄는 최명화 상무는 “우리는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숱한 아이디어 속에서 히트작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찬 이코노미스트<기자·chan4877@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기자

* 이 기사 전문은 3월 9일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