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불법 정치자금 의혹 일본 자민당까지 불똥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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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집권 자민당으로 확산될까.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가 문제의 니시마쓰(西松)건설 측 정치단체 두 곳으로부터 돈을 받은 자민당 소속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의 정치단체에 대한 조사에도 나섰다고 교도(共同)통신이 6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특수부는 앞으로 자민당 측 정치단체의 회계 책임자 등에 대해서도 니시마쓰 측으로부터 건네진 자금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런 검찰의 결정에는 “정치적 표적 수사”라는 민주당 측의 주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니카이 경제산업상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파벌인 니카이(二階)파의 정치단체 ‘새로운 물결’이 니시마쓰 측의 정치단체로부터 받은 자금 838만 엔(약 1억3000만원)을 전액 반환키로 한 바 있다. 이 밖에 야마구치 슌이치(山口俊一) 총리 보좌관과 가노 도키오(加納時男) 국토교통성 부대신이 각각 문제의 정치단체로부터 200만 엔(약 3180만원)씩을 받았고, 오미 고지(尾身幸次) 전 재무상의 자금관리단체는 400만 엔(약 6300만원),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정치단체도 300만 엔(약 47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검찰 수사 발표 전에 이 돈을 “도의적 관점에서 되돌려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풍을 우려하는 자민당 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연일 이 문제에 관해 질문 공세를 펴는 기자들에게 “말할 게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당에도 “들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입 단속을 지시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검찰이 법과 증거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원칙론만 언급했다. 추가 경기부양책 등으로 자민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뒤 곧바로 총선을 실시한다는 5월 조기총선설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이번 사건의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오자와 대표를 다음주 이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정치단체의 위법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자와 대표의 정치 담당 비서와 니시마쓰 측 관계자 조사에서 10여 년간 총 3억 엔(약 47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 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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