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환경문제 일깨우는 책들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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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남해안 적조현상, 횟수를 거듭하는 오존 주의보. 온 국토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경각심은 무뎌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느덧 희뿌연 하늘과 매캐한 공기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녹색 자연을 잊어가는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각 초등학교에서 물.공기.흙 등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환경동화 읽기를 권장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대부분 하늘.땅.바다.강에서 벌어지는 오염실태를 고발하며 어린이들 스스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생활폐수 하천오염실태, 지구 온난화 현상 등 실제 사례를 보여주며 16개의 짤막한 이야기로 꾸민 '초롱이가 꿈꾸는 나라' (범조사刊) .순백의 눈이 녹아 돌연변이 물고기가 사는 더러운 강과 바다로 흘러 간다는 '소금이 된 눈송이' , 시골쥐가 서울로 상경한 뒤 나쁜 공기 때문에 병만 얻고 되돌아 간다는 '움직이는 집' , 온몸에 농약물 세례를 받으며 자란 미국산 과일 자몽이 사람들을 복통에 시달리게 만든다는 '바다를 건너온 자몽' 등 의인화된 생물.무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야기마다 끝에는 산성비의 생성 원인과 스모그가 일으키는 질병등 과학상식도 덧붙였다.

오염된 지구를 찾았던 외계인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서 각종 과학실험을 저지한다는 내용의 '물이 없는 나라' 는 환경문제에서 더 나아가 과도한 개발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두산동아) .폐기물 처리장의 무분별한 건설을 반대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한 어린이가 하천오염에 반대하는 환경 파수꾼이 된다는 '사랑해 지구야' 도 산업화가 몰고온 폐해를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서적공사) . 이밖에 '내가 지켜줄께 지구야' (예림당) '엄마,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어요' (예문당) 는 사진과 도표를 통해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보여주는 책. 구멍뚫린 남극의 오존층, 지구의 온실효과로 빚어지는 사막화 현상,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이후 늘어난 기형아 출산등을 예로 들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환경동화가 속속 출간되고 있지만 환경과학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 동화작가 발굴은 아직 미흡한 형편. 단편적인 환경 상식을 동화라는 틀에 꿰어 맞추다보니 이야기 전개가 어린이의 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비약적인 부분도 눈에 띄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환경동화는 갈수록 그 중요성을 높여갈 것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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