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발 대응전략'군기밀 유출…구멍난 안보관리에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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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배포처가 극히 제한돼 있는 국가안보의 1급 기밀문서인 '신작전계획 5027' 이 아무렇게나 관리됐던 점이 밝혀져 충격적이다.

현정부의 국가운영 난맥상을 드러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직책상 그런 문서를 볼 권한이 없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이를 요청한 것이나, 그렇다고 국가기밀 보안을 생명처럼 귀중히 여겨야 할 합참의장이 덥석 건네준 것이나 똑같이 '있을 수 없는 행위' 라는게 정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당사자인 김정남 (金正男) 전청와대교문수석이 일단 이를 '부인' 하고 있어 어떤 연유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정통한 한 고위당국자는 "당시 여권의 권력구조나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행위' " 라고 말했다.

현정권 출범 초반기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이의 일환으로 민주화 투쟁을 했던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권력 중심부에 적잖이 진입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선 보.혁 논쟁이 불붙었고 권력의 전반적인 추 (錘) 는 진보성향의 인사들쪽으로 기울어졌다.

게다가 군을 포함한 공직사회에서 '실세인사' 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시의 이양호 (李養鎬) 합참의장이 金수석에게 1급 기밀문서를 건네준 것도 이런 정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고위당국자의 분석이다.

국가의 기밀문서가 엉성하게 처리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동복 (李東馥) 전안기부장특보의 훈령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관련 비밀문서가 야당 의원을 비롯, 여기저기 나돌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당시 조작 경위는 감사원에 의해 밝혀졌으나 비밀문서의 유출경위는 아직까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비밀문서 관리외에 대공 차원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도 꽤 있었다는 것이 한 정보당국자의 귀띔이다.

한 예로 현정부 출범당시 논공행상적으로 중요기관에 '입성한' 30~40대 '진보파' 중 가계 (家系) 나 전력 (前歷) 이 대공차원에서 문제가 많았던 인물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또 대북관계에서 '엉뚱한 일' 이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

한 고위 당국자는 "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 (NPT) 을 탈퇴한 북한이 특사교환을 제의해 왔다" 며 "이는 당시 여권의 한 진보적 인사가 재미학자를 통해 북한에 그런 방식을 검토해 달라고 해 이뤄진 것으로 안다" 고 증언했다.

다른 당국자는 "94년 6월 북한 핵위기 고조에 따른 대응책 마련 과정에서 한.미간에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면서 "당시 이를 주도한 권력 내부 모인사의 행태도 점검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안상 이런 엉성한 행위를 한 인사들이 북한과 어떤 연계를 갖고 있느냐 여부다.

아직까지 이들이 북한과 연계된 혐의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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