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기아자동차만 남기고 해체…채권단·기아 의견접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는 29일의 부도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아사태가 타결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아측은 채권은행단의 요구대로 ▶아시아자동차를 분리매각하고 ▶감원등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키로 태도를 바꾸었으며 ▶김선홍 (金善弘) 회장의 퇴진문제도 채권단과 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회장은 당장 퇴진하지 않는 대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해외영업만 전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따라 기아그룹은 기아자동차만을 남기고 사실상 해체되며, 경영진도 박제혁 (朴齊赫) 기아자동차 사장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1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제일.산업은행등 채권단및 기아그룹 경영진은 추석연휴를 전후해 진행된 일련의 대책회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기아측이 채권단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선에서 채권단과의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 면서 "이대로 가면 기아차의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1년정도 원리금 상환을 유예받고 운영자금도 지원받아 정상화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기아그룹측은 특히 그동안 기아자동차와 합병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아시아자동차를 매각하는 쪽으로 선회했으며, 기아특수강의 경우 기아자동차가 5%의 지분만을 갖고 나머지 주식은 모두 공동경영을 맡게 될 현대와 대우측에 넘겨줄 방침이다.

그러나 채권단측은 현대와 대우측이 과연 기아의 막대한 채무를 끌어안고 책임있는 공동경영을 해줄 것인지에 대해 계속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김선홍회장의 사퇴문제에 대해서도 채권단측은 계속 실질적인 퇴진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막바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박제혁 사장은 "아시아자동차의 처리는 채권단의 실사결과에 따르겠다" 고 말해 채권단요구에 동의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김회장이 연말까지 사표를 내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 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19일 해외출장에서 돌아온다.

유권하.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