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로 대한민국 국보 1호 복원” 세계모래조각협회 비퍼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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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입니다. 소나무 숲과 바다가 어우러져 모래조각대회를 하기에 최적격입니다.”

세계모래조각협회(WSSA: www.wssa.info)의 마르셀 엘스얀 오브 비퍼(50·사진) 회장의 말이다. 그는 제1회 세계모래조각대회가 열릴 망상해수욕장을 3일 둘러본 뒤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모래조각가인 그는 발로 백사장 모래를 헤쳐 보며 “조각 재료로 쓸 수는 없지만, 모래조각과 아주 잘 어울리는 좋은 모래”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강원도 동해시에서 올해 5월 열리게 될 세계모래조각대회는 WSSA와 동해시 지역혁신협의회가 공동 주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백사장 모래로 조각하지 않나.

“바닷모래는 입자가 굵고, 파도에 많이 쓸려 둥글다. 그래서 정밀한 조각을 할 수 없고 입체적으로 세울 수도 없어 모래조각 재료로 쓰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에서 모래조각을 하는데.

“백사장 모래로 만드는 것은 모래조각 범주에 넣지 않는다. 그런 작업은 ‘모래에 그린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동해 대회는 어떤 모래를 쓰나.

“강릉지역 논 아래 깊이 묻혀있던 모래를 쓰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샘플을 검토했고, 직접 작업도 해봤다. 모래입자의 크기와 구성이 조각하기에 알맞았다.” (그는 이 모래에 물과 접착제를 섞고 거푸집에 넣어 다진 뒤 1m 크기의 사람 얼굴과 탑을 조각했다.)

-동해시지역혁신협의회가 제안한 모래조각대회를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동해시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휴양도시다. 모래조각대회는 이런 도시에 어울리는 이벤트다. 대학이 있어 지원받을 수 있고, 시민들이 대회가 열리기를 원한다고 들었다.”

-동해 모래조각대회가 갖는 의미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동해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협회 차원에선 모래 조각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작품 가운데 숭례문도 있다는데.

“공동 주최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목록에 넣었다. 대한민국의 국보 1호가 불타 무너졌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웠다. 한국민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 모래로 재현하겠다.” (비퍼 회장은 입국하던 3일 가림막에 가려진 숭례문 복원 현장을 둘러봤다.)

-WSSA는 어떤 일을 하는가

“원래 모래조각 동호회로 출발했으나 미국인 게리 커크의 주도로 1990년 협회로 확대했다. 본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세계 곳곳의 모래조각대회를 컨설팅하고, 전세계 600여 명에 이르는 전문 모래조각가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그들을 각 이벤트에 배치하기도 한다. 저변 확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나는 2004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글·사진=이찬호 기자

◆동해 2009 제1회 세계모래조각대회=5월16일 개막해 2010년 1월9일까지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란 주제로 열리며, 프랑스·네덜란드·미국·캐나다·멕시코·중국·일본·싱가포르 등 15개 나라 34명의 전문 모래조각가가 참석한다. 이들은 4월29일 입국해 2주 동안 가로·세로·높이가 각 8m 정도인 숭례문을 비롯한 15점의 모래조각을 만든다. 한국인 대상의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동해시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동해시지역혁신협의회 권영두(한중대 교수) 의장이 구상했으며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를 찾아가 행사를 제안했다. 김학기 동해시장은 “환경 시범도시 동해를 세계에 알릴 기회로 성과를 봐 지속적으로 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동해시·동해시지역혁신협회·세계모래조각협회는 6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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