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인내심 일캐운 '텃밭'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며칠전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으로 나가 보았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아직도 한낮의 햇볕은 따가웠다.

텃밭이라 해야 아파트 공터 10평 남짓한 작은 땅. 이곳에 고추.상추.쑥갓.배추.토마토.오이 등을 조금씩 골고루 심었다.

아이들은 삽으로 메워진 고랑을 파고, 호미로 풀을 뽑고 김을 맨다고 법석이다.

우리가족은 지난 봄에 밭을 일궈 각종 채소의 씨앗과 모종을 심어 정성껏 가꾸었다.

아이들은 채소를 키우면서 서로 서로 물을 준다 풀을 뽑는다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도 삽으로 고랑을 파고 호미로 김을 맨다고 야단법석을 떨던 두 아들이 20분도 채 못돼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물이 먹고 싶다고 아파트에 들어가 물을 가져 오더니,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쉬겠다고 연장을 놓고 일어섰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저렇게 참을성이 없고 인내력이 약해 앞으로 험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고생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겨울에는 지게로 퇴비를 지고 와서 논에 부리고 뒷산에서 나무를 해 오느라 참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노동과 인내를 경험하는 소중함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늘 밑에서 잠시 쉬면서 아빠가 들려주는 소중한 경험담을 귀담아 듣는 모습이었다.

'휴식끝!

다시 일을 시작하자' 라는 나의 말에 아이들은 아무런 불평없이 연장을 들고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땀을 흘려 몸이 흠뻑 젖고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일을 마칠 때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을 보고 이것이 바로 참된 교육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병상〈경기도남양주시별내면화접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