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주력 전투기 사고,국회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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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달 훈련 도중 추락한 우리 공군의 주력전투기 KF - 16의 사고원인이 엔진결함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결함부위및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한.미 양측의 합동조사결과라 하니 여과 없이 받아들이되 정부당국과 유관기업및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몇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언론의 본의 아닌 실수부터 바로잡는다.

문제의 전투기는 삼성항공과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계약에 의한 조립생산품이지만 사고원인이 엔진결함으로 일단 밝혀진 이상 조사의 주된 대상은 엔진제작사인 프랫 앤드 휘트니 (P&W) 측이 돼야 마땅하다.

P&W는 한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및 삼성항공을 대상으로 60억달러 상당의 항공기 엔진을 판매하는 회사로 미국내 두번째로 큰 방산업체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방계회사다.

사고와 관련해 첫번째로 지적할 대목은 공군당국과 삼성항공측의 책임 떠넘기기 자세다.

기업은 "하자보증기간이 끝나 법적 책임 소멸" 을 주장하고 공군당국은 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측의 책임을 앞세운다.

모두가 일리 있는 얘기지만 책임소재를 묻기에 앞서 사고원인을 밝혀 내는 데 양측이 얼마나 치밀하게 또 상호협조적으로 임했는지 의문이다.

사태의 배경에 익숙한 이들은 무기거래의 상례인 '오프 셋' 에 따라 P&W가 엔진기술 이전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측인 우리가 얼마나 충실하게 이를 챙겨 봤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둘째, 궁할 때면 계약서를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세련된 대응인 양 생각만 하지 말고 계약 당시 다른 나라의 사례와 문제발생시 대책 등을 포함한 법적 조항들을 꼼꼼히 챙겨 봤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기구매 교섭을 하면서 전문변호사조차 대동하지 않은 채 협상테이블에 앉는 '국민세금 축내기' 행정은 속히 버려야 한다.

셋째, 사고조사를 위한 전문인력이 얼마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선진국과의 거래에서는 사실규명 능력과 법적 조항 두 가지가 기본이다.

5공화국 말기 대통령전용 헬리콥터 고장시 우리측 전문가의 철저한 경위조사에 힙입어 프랑스측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아냈던 기분 좋은 경험이 있다.

우리 국회가 철저한 규명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정권 말기에도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나라의 어설픈 이미지를 바로잡는 효과와 함께.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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