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스코치가 말하는 박찬호 언어장벽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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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흥분하지 말라고 했더니 투구동작을 연습하더라. " LA 다저스의 투수코치 데이브 월러스가 털어놓은 박찬호 관련 에피소드다.

올스타게임 이후 올시즌 후반기에 다저스가 28개 메이저리그 구단중 최고 승률 (61%.36승23패) 을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자 다저스의 '다국적 마운드' 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AP통신.USA투데이등이 앞다퉈 다국적 마운드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일반에게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중 박찬호에 관한 에피소드가 가장 많이 소개됐는데 대표적인 예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발생했던 '감정 조절 사건' .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얻어맞자 월러스 투수코치는 박을 진정시키기 위해 '흥분하지 말라' 는 의미로 "감정을 조절하라 (Control your emotion)" 고 했다는 것. 그러나 박찬호는 "투구동작을 다듬어라 (Control your motion)" 로 오인, 이튿날 공을 잡지 않은채 열심히 투구모션 연습에 열중했다는 것. 월러스 코치는 이같은 언어의 장벽보다 문화적 배경과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마이크 피아자 (29) 는 가끔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낸다" 는 것이 월러스 코치의 설명이다.

그러나 24세의 박찬호는 '선배를 공경해야 한다' 는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피아자의 사소한 짜증까지 "내가 뭔가 큰 잘못을 했나보다" 라고 받아들인다는 것. 이때문에 월러스는 피아자에게 "찬호에게 위압감을 주지 말라" 고 당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밖에 일본 프로야구 출신의 노모 히데오는 아직도 영어가 부족해 고개를 끄덕여도 자신의 지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월러스의 푸념이다.

반면 히스패닉계 투수들은 피아자가 고등학교때 배운 어설픈 스페인어를 건네면 즐거워해 상대적으로 쉽게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LA지사 =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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