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잘못 없다” 정면돌파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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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4일 도쿄 당사에서 비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변화’와 ‘정치개혁’을 주장해온 오자와의 자금담당 비서가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일 언론은 “오자와 측이 돈을 준 니시마쓰(西松) 건설사 측에 정치자금을 요구했다”며 그를 압박하고 있다.

오자와는 4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등 민주당 지도부를 대동하고 나선 그는 “양심상 가책받을 일을 하지 않았고 사죄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정치자금규정법에 따라 수입과 지출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공개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니시마쓰 건설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인사 가운데는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검찰이 자신만 수사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불공정한 국가권력의 행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표를 사퇴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며 “오자와 대표 체제에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자와의 승부수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혹 오자와의 비서가 니시마쓰 건설의 자금인 줄 모르고 받았다 해도 불법 정치자금 문제에 휘말렸다는 자체로도 그의 정치 인생에 도덕적 흠집이 남게 된다. 게다가 오자와가 이날 대국민 사과를 거부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한 만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가 나오면 그의 정치생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집권 자민당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안건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일본은 성숙한 법치국가인 만큼 검찰 당국은 법과 증거에 기초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면서 오자와를 압박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3일 오자와의 자금관리단체인 리쿠산카이(陸山會)를 수사한 데 이어 4일에는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오자와의 이와테(巖手)현 지역 사무소와 민주당 이와테현 제4구 총지부를 수색했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이 지부는 니시마쓰 건설사의 퇴직 임원들이 대표인 ‘신정치문제연구회’와 ‘미래산업연구회’로부터 2003~2006년 총 1400만 엔(약 2억2000만원)의 정치헌금을 받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4일 “오자와 측이 먼저 니시마쓰 측에 정치자금을 요구했다는 니시마쓰 건설 퇴직자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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