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싸늘, 경매는 후끈 … 강남 아파트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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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올 초 급등했던 아파트값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며 급매물까지 나오는 반면 경매시장은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활기를 띤다. 같은 강남권이지만 시장의 발걸음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일반 거래시장과 경매시장이 시차를 두지 않고 같이 움직이던 과거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생기 도는 아파트 경매시장=강남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해까지의 약세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입찰경쟁률은 평균 11.8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7.4대 1)보다 훨씬 높아졌다. 지난해 12월(4.3대 1)보다는 경매 물건당 7.5명이 더 몰렸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집값이 급락했던 지난해 9월 이후 경매 처분된 강남권 아파트가 최근 경매시장에 나오면서 싼값에 우량 물건을 잡으려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낙찰가율도 뛰었다. 지난달 강남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77.2%로 전달(71.2%)보다 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최저 수준을 보였던 12월(67.9%)보다는 크게 뛰었다. 다른 대부분의 지역이 경기 침체 여파로 경매 투자 열기가 주춤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가 낙찰 사례도 적지 않다. 2월 들어 낙찰된 강남권 아파트 47곳 중 낙찰가율이 100%가 넘은 물건만 여섯 곳에 달했다. 지난달 19일 경매에 부쳐진 잠원동 신반포아파트(전용 52㎡)에는 무려 85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4억5000만원)를 웃도는 4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달 2일 가락동 시영2차(전용 51.2㎡)도 감정가(4억6000만원)보다 1510만원을 더 써낸 입찰자에게 돌아갔다. 윤재호 멘트로컨설팅 대표는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아파트 거래도 얼어붙고 있기 때문에 경매시장만 계속 활기를 띨 수는 없다”며 “반짝 활황일 수 있으므로 고가 낙찰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 급매물 나와도 외면=반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유보와 경제위기 불안감에 가격을 많이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입질이 뜸하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50㎡ 주택형은 올 들어 최고 9억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8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온다. 개포동 경인공인 노종임 사장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가 지연되면서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 희망자가 없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112㎡ 역시 지난주부터 2000만원 떨어진 12억9000만원에 급매물이 선보였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급매물을 던지듯 내놓는 사람은 없지만 시장 전체가 약보합세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근 새 아파트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일주일에 2~3건씩 거래가 꾸준했던 엘스 105㎡는 2주째 거래 없이 8억8000만~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신천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경제 불안으로 가격이 더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금리 등으로 집값이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거래 공백이 오래가면 호가가 더 떨어진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철현·권이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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