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15억弗 글로벌본드 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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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미국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외화차입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민간은행이나 기업들의 해외차입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차입금리만 따지면 당초 기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11일 미국 뉴욕에서 만기 4년짜리 9억달러, 만기 7년짜리 6억달러등 모두 15억달러의 글로벌 본드 (세계 각 기관을 상대로 파는 채권) 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산은은 당초 발행규모를 10억달러로 계획했으나 투자자들의 매수신청 물량이 17억달러에 달하자 5억달러를 추가발행했다.

금융기관.기업을 통틀어 국내기관이 해외에서 한번에 조달한 외화자금으로는 이번이 최대규모다.

이로써 이달 들어서만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빌려온 돈은 모두 18억6천만달러로 늘어났다.

발행금리는 미국 재무성증권 금리를 기준으로 4년짜리는 0.98%포인트, 7년짜리는 1.1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각각 얹어주는 조건이다.

산은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7년짜리 양키본드 (5억달러) 의 가산금리가 0.49%포인트였던 것에 비하면 열달새 가산금리가 두배이상 오른 셈이다.

그러나 만기전에 산은이 일정 금리로 조기 상환해주는 등의 부대조건 (옵션) 은 전혀 붙지 않았다.

김기현 (金起顯) 산은부총재보는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소화시켰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산은의 신용등급에 비하면 금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나 아시아권 전체에 대한 선진국시장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정도도 다행" 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달 28일부터 12일간 홍콩.런던.시카고.뉴욕등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각국의 1백여개 투자가들과 접촉해 발행조건을 교섭했다.

이 자리에는 재경원의 사무관이 동행해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해 홍보활동을 벌였다.

한편 산은은 외화채권 만기가 보통 3, 5, 7년인데 이례적으로 4년짜리 채권을 발행한데 대해 "3년은 너무 짧고 이미 발행한 채권중 5년물이 너무 많아 4년으로 택했다" 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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