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동남아 진출 일본기업,수출 주도로 사업궤도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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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동남아각국의 화폐가치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사업전략이 현지판매보다는 대외수출 쪽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태국등 동남아국가에 수천개의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기업들은 최근 이 지역의 경제위기로 내수 판매가 부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화폐가치 하락으로 수입부품 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일본기업들은 현지 부품조달을 늘리면서 통화위기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본최대의 유아용품 업체인 피존사처럼 내수가 회복될 때까지 태국현지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키로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남아국가 통화의 약세는 장기적으로 동남아 현지 일본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동남아통화의 가치하락은 상대적으로 미국과 유럽등 수출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일본기업들이 동남아지역을 단순한 상품시장으로서가 아니라 대외수출기지로 삼을 만한 충분한 인센티브가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일본기업들은 오히려 최근의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를 늘리는등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태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있는 미쓰비시자동차는 최근 일본산 부품가격이 20%이상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달 1일 태국의 현지공장에 2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쓰비시의 한 관계자는 "태국의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지만 우리는 태국을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수출기지로 육성할 목표를 갖고 있다" 고 밝혔다.

일본최대의 건설기계 제조업체인 고마쓰사는 올해 태국내의 판매가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 현재 20%정도인 수출비중을 더 높여갈 계획이다.

지난 94년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때 닛산자동차 같은 기업은 대부분의 부품을외국에서 조달하는 바람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태국의 일본기업들은 부품을 태국제로 쓸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부품의 현지조달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 예로 일본의 유명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사는 태국현지 공장에 필요한 고무원료중 90%를 태국에서 구매하고 있으며, 절반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태국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구매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대부분의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바라는 모델이기도 하다.

컨설팅업체인 오노모티브 리서치 아시아사의 마이클 던은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수년간 여러 상황의 경기변동에 적응해온만큼 현상황을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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