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고 마음 따뜻한 친구가 제일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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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심있는 아이가 인기짱'이라고 말하는 김보람·허승환·유지현 교사(왼쪽부터).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기자 choi315@joongang.co.kr

내 아이가 학교에서 인기 있었으면, 적어도 따돌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학부모들의 인지상정이다. 공부 잘하고 옷 잘 입는다고 다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 3명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인기 짱’ 아이의 모델에 관해 정담(鼎談)을 나눴다. 

 허승환(41·서울영화초·교직경력 17년): 어떤 친구들이 미움을 받는지부터 얘기할게요. 미움 받지 않는 아이가 곧 인기 있는 아이니까요. 첫째는 ‘뒷담화’를 하는 아이예요. 설마 상대방 귀에 들어가랴 생각하지만 험담은 묘하게 잘 전해지는 속성이 있죠.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고 맙니다.

 유지현(25·서울홍제초·교직경력 2년): 맞아요. 특히 고학년 여학생들이 친구 험담을 잘 해요. 끼리끼리 뭉쳐 다니고 말이죠.

 허: 두 번째 유형이 친구를 독점하려는 아이들이에요. “너 내가 싫어하는 누구누구랑 놀지마. 걔랑 놀면 절교할거야” 라는 식으로 편 가르기를 하면 친구관계를 망쳐요.

 김보람(24·서울삼성초·교직경력 2년): 잘난 척 하고 튀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죠. 요즘 아이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누군가가 자기에게 지시하고 잔소리하는 것을 싫어해요. 공부 좀 잘한다거나 외국에서 살다 왔다고 해서 자칫 친구들에게 “이런 것도 모르니” 했다간 ‘왕따’ 당하기 십상이죠.

 유: 요즘은 아무래도 유머감각 있고 적극적인 아이들이 인기 있는 것 같아요. 인기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유행어 흉내나 연예인 성대모사 등으로 친구나 선생님을 웃기는 아이들 주위에는 언제나 많은 아이들이 모이죠.

 김: 우리 반에도 그런 친구가 있어요. 장기자랑 시간에 자신 있게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죠.

 허: 남자아이들의 경우 체육, 특히 축구 잘하는 아이들이 스타예요. 우리 반에도축구 천재 남학생이 한 명 있는데 성격은 매우 급하고 터프하지만 인기투표를 하면 항상 1예요. 남학생들은 액션토크, 즉 몸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유: 얼굴이 예쁘거나 잘 생긴 친구들, 끼있고 유머감각 있는 친구들도 그렇지만 결국은 마음이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아이들이 가장 큰 인기를 누리지 않나 싶어요. 지금 우리 학급 반장은 친구들이 청소하지 않고 도망가거나 싸움해도 절대 화를 내지 않아요. 참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요. 궂은일도 도맡아 하고 양보심도 으뜸이라 반 친구들 전체가 믿고 따르죠.

 허: 3년 전 우리 반 남자 아이가 우유를 먹고 토했어요. 저도 비위가 상해 어떡하나 막막했는데 당시 부반장이었던 여학생이 걸레와 밀대를 가져와 깨끗하게 다 치우더라고요. 체육시간에 친구가 다쳤을 때도 앞장서서 부축해 양호실로 데려가고 청소도 제일 부지런히 했어요. 늘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많은 학생들이 호감을 보였죠.

 김: 잘 웃고 마음씨 고운 아이를 마다할 친구들이 있을까요. 거만하고 장난이 심하고 매너가 없는 아이라면 제아무리 재미있고 자신감이 넘쳐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친구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결석한 친구에게 노트를 건넬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아이가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에게 예쁨을 받는답니다.

 허: 얼마 전 한 신문에 ‘아이들이 꼽은 인기있는 아이’ 설문조사가 나왔어요. 1위가 뭔지 아세요? 착한 아이였어요. 아이들도 결국은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을 안다는 말이죠. 2위는 유머감각 있는 아이, 3위는 운동 잘하는 아이, 4위는 얼굴 예쁜 아이, 5위는 공부 잘하는 아이였어요.

 유: 재미있네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마음까지 착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처음 보는 친구에게 웃으면서 먼저 인사하고 예쁜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인기 있는 아이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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