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친구, 굉장한 게 나왔어!”
김종기(62)씨가 아들 대현이를 잃은 건 1995년 6월이었다. 열여섯 살 아들은 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삶을 끝냈다. 폭행·협박·강탈이 뒤범벅된 집단 괴롭힘 때문이었다. 학교는 진실을 외면했다. 다른 피해자 부모들은 사실을 숨기기 바빴다. 그는 깨달았다. ‘나도 대현이가 죽지 않았다면 저랬겠구나. 졸업만 하면 그만이다 쉬쉬했겠구나.’ 학교폭력이란 말조차 잘 쓰이지 않던 때였다. 그는 피해자 가족 최초로 이를 공론화했다. 생업(신원그룹 기획조정실장)을 포기하고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재단은 우리나라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구심이 됐다.
지난주 영국은 큰 슬픔에 잠겼다. 희귀병을 앓아 온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의 아들 아이번(6)이 숨진 것이다. 아이번은 월터와 대현이처럼 부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영국 1%’ 특권층인 캐머런 부부는 한밤중 아이를 업고 달려간 응급실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서민의 삶에 눈떴고, 보수인사들이 싫어하는 국민의료서비스(NHS)의 강력한 지지자가 됐다.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의원의 말대로 아이번은 캐머런과 영국민 모두의 영원한 ‘뷰티풀 보이’가 됐다.
세 부모에게 애초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내 새끼’였다. 그러다 알게 됐을 게다. 내 아이의 삶이 이웃 아이의 삶과 연결돼 있음을. 아무리 용을 써도 내 자식만 입시지옥으로부터, 유해식품으로부터, 폭력이 넘치는 세상으로부터 보호할 길은 없다. 이를 깨닫는 순간 세상 모든 뷰티풀 보이의 행복은 한 뼘 더 자라리라.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