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헌법 채택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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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 정상들이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EU 확대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은 통합유럽의 틀을 구성할 EU 헌법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예정이다.

EU 헌법안은 지난해 말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대국과 소국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결렬됐다. 하지만 순번 의장국인 아일랜드가 16일 대국과 소국의 이해를 조정한 새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극적 타결의 길이 열렸다. 특히 EU 정상들이 지난 주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번 회담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유럽통합 회의론이 보다 힘을 얻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유권자들은 보다 효율적인 EU를 원하며 그것은 EU 헌법 통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U 헌법안 중 쟁점이었던 사안은 '이중 다수결 제도'에 의한 의사결정방식. 회원국 수의 50%, 회원국 전체 인구의 60% 이상 찬성이 있어야 안건이 채택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스페인과 폴란드 두 나라가 "인구가 많은 영국.프랑스.독일 3국에만 사실상 거부권을 주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는 수정안에서 이중 다수결의 기준을 회원국 수의 55%, 전체인구의 65%로 상향 조정해 스페인.폴란드의 불만을 해소했다. 아일랜드는 또 2014년부터 EU 집행위원 수를 30명에서 18명으로 축소하고 국가당 최소한 6석의 유럽의회 의석을 주기로 해 소국들의 발언권을 보장했다.

이와 함께 10월 임기가 끝나는 로마노 프로디 현 EU 집행위원장의 후임 선출 문제도 이번 회담의 현안이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가 프랑스.독일의 지지에 힘입어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그가 연방통합론자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이상적인 대안으로 지적되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

EU 헌법안에 기독교 전통을 언급하느냐도 논란거리다. 폴란드.이탈리아 등은 EU 헌법 서문에 기독교 정신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프랑스.독일.벨기에 등은 유럽 내 타종교 신도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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