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국유화가 3~4월 금융 쓰나미 신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3호 06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쑹훙빙의 예측들이 적중하자 중국 언론은 ‘금융위기의 예언자’라는 칭호를 불였다. 국영 CC-TV의 간판 대담 프로인 ‘면대면(面對面)’에도 출연했다. 그는 베이징 한국 영사관 맞은편에 위치한 정부 산하 경제연구기관 ‘환구재경연구원(環球財經硏究院)’ 원장으로 일한다. 쑹훙빙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건물의 7층 절반을 쓰는 연구원은 마치 증권사 사무실 같았다. 쑹은 수십 명의 애널리스트가 만든 자료들을 활용해 세계경제를 분석·예측하고 있다.

9월까지 정크본드가 발목
-당신은 금융위기 단계를 ‘지진(제1단계)→금융 쓰나미(제2단계)→화산 폭발(제3단계)→빙하기(제4단계)’로 나누고, 현 단계를 ‘금융 쓰나미’라고 진단했다.

“‘금융 쓰나미’는 이르면 3월 혹은 4월에 올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신호는 씨티은행과 BOA의 파산 신청이나 국유화다. 부실채권이 증가해 상업은행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금값이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제3단계에서 미국은 경제난을 타개하려 국채를 대량 발행하고, 그것이 실물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이때 달러화 기피현상이 발생하면 달러화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빙하기에 들어선다.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나라의 경제가 장기간 쇠퇴의 늪에 빠질 것이다. 이번 위기는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폐지 후 38년간 누적돼 온 문제가 터진 것이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연 15% 정도의 수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국유화되는 시점이 미국 경기의 바닥이라고 보는가.
“두 은행은 파산 일보 직전이다. 이전에 20∼30달러 하던 씨티은행과 BOA의 주식이 지금은 2∼3달러 선이다. 이런 상황은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주가 폭락 때와 유사하다. 4월부터 9월까지 민감한 시기가 될 것이다.”

-세계경제가 언제쯤 좋아질까.
“상업은행 국유화가 진전되고 몇 달 동안 정크본드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9월 말까지 정크본드 비율이 20% 이상(현재 4.5%)으로 뛸 수 있다. 그럴 즈음 몇몇 국가나 지방정부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회복은 U-패턴이나 V-패턴이 아니라 ‘L-패턴’이 될 것이다.”

(‘딱 30분간’으로 잡은 인터뷰 시간이 지나자 쑹훙빙의 개인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수행비서의 전화가 계속 울렸다. ‘몇 가지만 더 묻겠다’는 요청에 수행비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쑹은 “괜찮다”며 인터뷰를 계속했다.)

한·중·일 ‘나 홀로 대응’ 어려워
-중국 경제는 과연 8% 성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수출 감소 때문에 벌써 8% 성장 목표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출이 아니라 내수 확대에 힘써야 한다. 주요 수출 상대국인 미국·유럽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수와 투자가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낳게 해야 한다.”

-당신은 중국의 자본·금융시장 개방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적당한 개방 시기는 언제인가.
“궁극적으로는 시장친화적으로 될 것이다. 하지만 미 달러화가 국제거래 청산의 화폐로 남아 있고 현재 같은 글로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작다.”

-미 달러화가 쇠퇴한 뒤 위안화가 화폐패권을 차지할 수 있나.
“적어도 10년 안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력과 문화를 비롯한 다른 분야의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

-한·중·일 3국이 참가하는 동아시아 통화기금을 만들어 국제통화기금(IMF)처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가능성이 매우 크다. 3개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혼자서는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가 미국 정부를 조종
-당신은 『화폐전쟁』에서 유대계 금융자본의 음모 때문에 금융위기가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근거가 있나.
“그렇다. 미 달러화 발행 권한은 명목상 연방준비은행이 행사하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12개의 지역준비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5개 지역준비은행의 지분 구조를 보면 JP모건과 씨티은행이 배후에 있다. 즉 연방준비은행은 사실상 민간은행의 영향하에 있다. 이런 은행들은 실질적으로 유대계 로스차일드나 로스차일드의 대리인 입장을 대변한다. 미 정부가 지금까지 취한 일련의 정책들은 내가 책에서 언급한 ‘이익단체(국제금융업자)’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 정부가 구제책으로 쏟아 부은 돈 가운데 90% 이상은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을 구하기 위해 쓰였다. 월스트리트가 미 정부를 조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음모론’의 주체는 누구인가.
“세계경제가 일원화됐지만 전 세계 200여 나라가 200여 가지의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화 시대에 화폐가 달라 그것이 혼란을 낳고 금융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국제 금융자본이다. 그들이 이번 위기를 ‘계획’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계중앙은행과 유사한 제도를 만들어 각국의 화폐 발행을 조절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이 금융위기 게임을 배후 조종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다.”

金과 함께 유로·스위스프랑 중시해야
-당신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과 정부가 금 보유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중국의 경우 자산을 삼등분해 위안화·금·외환으로 관리하라고 권한다. 외환도 다시 삼등분해 달러화·유로화·스위스프랑화로 관리하도록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어느 하나가 하락해도 서로 완충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외환보유액 2조 달러 가운데 대부분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과연 금 보유 비중을 늘릴까.
“미 국채는 두통거리다. 미국의 국채 발행 규모는 총 10조8000억 달러인데 올해 2조 달러를 추가 발행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으로선 약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화와 국채의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손해를 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달러화 말고 다른 화폐로 다양화해야 한다. 지금 같은 전환기가 적기(適期)다. 국익 차원에서 석유·천연자원 등을 확보해야 한다.”

-당신은 금본위제와 세계통화(world money)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금융·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대응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 질문은 경제학자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왜곡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거대 은행자본과 경제학자 케인스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시각은 또 과거의 금본위제를 폐지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생각해 볼 문제는 금본위제가 재산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불편할 수 있지만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금본위제가 아닌 상황에서 은행이 부실 채권을 남발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세계통화를 만들자는 당신의 주장은 이른바 음모론의 기획자들이 내놓을 것이라고 예견하는 ‘세계중앙은행을 만들어 각국의 화폐 발행을 조절하자’는 주장과 비슷하지 않나.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누가 이것을 주동하느냐다. 세계경제가 소수에 의해 조종당하고, 소수의 이익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당신은 책에서 국제 금융자본의 음모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암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신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인터뷰 중 처음으로 웃으며) 없을 것이다. 나를 제거하면 그런 ‘음모’가 실존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