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피해 어떻게 구제 받나] 국내 소송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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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도롱뇽."

지난해 11월 울산지방법원 윤인태 부장판사의 호명에 경남 양산 천성산 내원사의 지율 스님은 "도롱뇽은 나오지 못했으나 도롱뇽의 친구들이 왔다"고 대답했다.

이에 윤 판사는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으나 함께한 단체가 있으니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천성산 보전대책위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원고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도롱뇽 소송'의 첫 심리 장면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도롱뇽 등 30종 이상의 주요 멸종위기 및 보호종, 천연기념물에 대한 조사가 누락됐거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논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국내 최초의 '자연의 권리 소송'은 5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도롱뇽은 사람이 아니므로 원고 적격(適格) 여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본안에 이르기 전에 각하됐고 현재 부산고법에서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의 박양규 사무국장은 "재판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님을 일반에 널리 환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환경소송은 새로운 형태의 환경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에 앞서 2000년 5월 4일 전북 새만금 사업지역에 사는 37명을 비롯한 전국의 초.중등학생 200명은 정부를 상대로 새만금 갯벌 매립 반대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국내 최초의 '미래세대 소송'이었다. 그러나 이는 3년 뒤 서울고법의 2심 재판에서 기각됐다. 공사가 시작되던 10여년 전에 행정심판을 먼저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후 환경운동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는 2001년 8월 새만금 사업 취소 소송(본안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재판이 3년째 공방 중이다. 지난해 6월 제기한 간척사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같은 해 7월 1심에서 받아들여졌으나 올해 1월 서울고법이 항소심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해 공사가 재개됐다. 행정법원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참고해 오는 9월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권근영 기자

<천성산 도롱뇽 소송 일지>

▶2003년 10월 15일=고속철 천성산 관통저지대책위,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 (원고는 도롱뇽과 지율 스님 등 3명)

▶11월 28일=첫 심리. 도롱뇽이 피해 있는지 현장검증하기로

▶12월 2일=고속철도건설공단, 천성산 구간 공사 시작

▶12월 15일=현장 검증

▶12월 26일=2차 심리

▶2004년 1월 8일='도롱뇽의 친구들' 소송인단 17만명 모아

▶1월 16일=3차 심리. 천성산대책위, 한명숙 당시 환경부장관 직무유기로 고발

▶2월 20일=4차 심리

▶4월 9일=5차 심리. "도롱뇽을 원고로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6월 14일=공사착공금지가처분 항고심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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