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예산안 ‘큰 정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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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올해 및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큰 정부’ 회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으로 올 예산안(9월 결산) 규모가 3조9400억 달러에 육박해 전년도보다 32%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유층 중과세가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오바마 정부의 좌편향성 시비까지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취임 후 처음 제출한 예산안은 이번 행정부의 지향점을 가늠할 풍향계가 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아왔다.

오바마의 예산안에는 무엇보다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 중산층 이하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누진세를 강화해 소득 재분배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근로자 대부분의 경우 400달러씩, 부부 합산 시 8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받도록 했다. 반면 연간 2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 때 본격화했던 기부금 및 모기지 이자에 대한 대폭적인 면세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고소득층은 3180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부유층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도 35%에서 39.9%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부자들로부터 거둔 돈으로 10년간 6340억 달러를 마련해 전국민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게 오바마의 계획이다. 또 대선 공약대로 에너지·교육 분야에 대한 지출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공화당 측은 즉각 ‘큰 정부’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존 베이너 의원은 “세금을 통해 번영으로 갈 수 없다”며 “큰 정부 시대가 다시 돌아와 민주당 측이 이를 위해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편 오바마는 내년도 예산안과 별도로 올해 예산의 예비비 중 2500억 달러를 금융권 구제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제금융의 총액 규모는 1조10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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