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차량세탁' 범죄, 전직 경찰관이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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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훔친 차량을 사들여 폐차 직전의 차량이나 교통사고로 부서진 차량의 번호판을 붙여 전국에 팔아온 기업형 '차량 세탁' 조직 (본지 8월27일자 23면 보도) 의 범행이 전직 경찰관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광주남부경찰서에 구속된 전남나주시왕곡면 태현자동차정비공장 대표 金송근 (44) 씨는 경찰 재직 당시 도난차량 밀매조직 수사를 전문적으로 해왔고 91년 9월 차량 밀매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金씨는 밀매조직을 수사할 때 알게된 자동차 전문절도단으로부터 훔친 차량을 대량 공급받은 것으로 보이나 유통경로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95년 8월부터 하루 평균 3대씩 이같은 방법으로 '차량세탁' 을 해왔다는 정비공들의 말에 따라 그동안 밀매된 차량이 모두 2천4백여대에 이르며 이 과정을 거쳐 팔아온 차량 가격은 1대에 2백만원씩만 계산해도 무려 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金씨 일당이 폐차 직전의 차량이나 교통사고로 부서진 차량의 번호판이나 차대번호, 엔진 등을 훔친 차량에 붙이는 불법개조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훔친 차를 확보한 다음 번호판과 차대번호, 엔진 및 엔진번호를 용접기를 이용해 떼내고 폐차장에서 헐값에 구입한 같은 차종의 번호판등을 그대로 옮겨 붙임으로써 법적으로 완벽한 차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세탁된 차량을 광주.전남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의 자동차 중고매매시장을 통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유통시켜 왔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의 전력과 밀매된 차량의 숫자로 미뤄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고 차량세탁을 해온것 같다" 며 "훔친 차량을 공급해온 도난차량 밀매조직과 개조된 차량의 판매 루트등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고 말했다.

광주 =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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