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안문 인근서 3명 분신자살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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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베이징(北京) 한복판에서 25일 대낮에 3명이 집단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중국 신화통신 영문판이 보도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과 창안제(長安街·베이징의 동서 중심도로)의 교차로이자 정치적으로 민감한 천안문(天安門)에서 불과 1㎞ 떨어진 지점이다. 분신 자살 시도 이유는 곧바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3명이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을 펼쳐온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차량 번호판을 단 차량에 타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베이징시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3명의 남자가 오후 3시쯤 왕푸징 보행자 거리와 창안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로 집단 분신 자살을 기도했다”며 “이들의 생사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영문판의 보도는 사건 발생 후 1시간30분 만에 이뤄졌다. 보도 직후 외신 기자들이 현장에 대거 몰려들었지만 사건 현장은 이미 말끔했다. 한 목격자는 “분신자살 시도 이후 경찰과 소방차가 출동해 차에 붙은 불을 끄고 사람들을 어딘가로 싣고 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승용차 번호판을 보니 신장 위구르 자치구 표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수천㎞ 떨어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이들이 어떻게 차량으로 베이징 시내까지 진입했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중국 공안당국은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앞두고 베이징 주요 지역에 대한 보안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또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 50주년(3월 10일), 파룬궁(法輪功) 신도들의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단 주거지) 포위 시위 10주년(4월 25일), 5·4운동 90주년과 쓰촨(四川) 대지진 1주년(5월 12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20주년(6월 4일) 등 민감한 기념일을 앞두고 집단 시위가 분출할 것을 우려해 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위구르족=위구르족은 1932~33년, 44~49년 두 차례에 걸쳐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세우고 독립했으나 49년 중국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뒤 중국에 강제 병합됐다. 55년 10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됐지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오랫동안 독립적인 삶을 영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정치·경제·사회적 통제를 받아와 반감이 강하다.이슬람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 우려로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 경계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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