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 ‘신칸센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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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신칸센(新幹線) 비즈니스’를 펼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소 총리가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내 고속철도 건설 및 관련 기술 이전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는 것이다. 잇따른 실언과 지지율 급락으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아소에겐 ‘신칸센 비즈니스’가 인기 만회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소 총리는 일본이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신칸센을 개통해 45년 동안 운영해 온 경험과 기술을 내세울 예정이다. 17일 발효된 78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경기부양법에는 고속철도 건설비로 80억 달러가 책정돼 있다. 미국은 ‘자동차 왕국’이지만 고속철도 인프라는 매우 빈약하다. 현재 미국에서 고속철도가 개설된 곳은 보스턴~워싱턴 700㎞ 구간이 유일하다.

아소가 신칸센 비즈니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오바마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이 대량으로 발행하고 있는 국채를 사들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북한·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일본의 협력이 절실하다.

아소가 신칸센 외교에 성공하면 신칸센이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된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은 브라질이 계획 중인 연장 500㎞ 고속철도 정비에 일본 방식의 신칸센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전방위 공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인의 브라질 이민 100주년 교류의 해를 앞세워 브라질 정·관·재계에 파상적인 로비 공세를 벌였다. 고속철도를 운행 중인 한국·독일·프랑스를 따돌리고 총 공사비 2조 엔이 들어가는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 구간을 따내면 수천억 엔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에서 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거대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내면서 북미와 남미에서 신칸센이 동시에 달리는 것도 바라볼 수 있다.

뉴욕·도쿄=남정호·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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