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혜 밴드 … 대중음악의 정수는 아마추어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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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로와 홍대앞은 다르다.

10여개의 클럽이 자리잡은 홍대.신촌은 지방으로도 하나둘 확산되고 있는 요즘 클럽문화의 중심지. 활동하는 밴드들의 수도 많게는 약 1백개까지 추산된다.

'밴드'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황신혜밴드는 이들과 색이 좀 다르다.

밴드 리더인 황신혜 (본명 김형태) 는 65년생. 활동할 만하면 군대문제에 부딛히는 여느 밴드들과 나이차가 10년은 난다.

음악 분위기도 가끔은 '뽕짝조' 가 거침없이 흘러나오는 등 '30대 취향' 이 섞여있다.

활동방식도 다르다.

황신혜와 또 다른 보컬리스트인 조윤택은 고정멤버고, 나머지는 세션. 클럽무대에 자주 서지 못한다.

그런 황신혜밴드가 이달 들어 서울과 대전의 클럽에 네군데에 섰다.

이어서는 일본 동경의 클럽 세군데도 간다.

이른바 '황신혜밴드 97 언더월드 투어' .클럽에서의 희소성과 유명세 덕분인지 가는 곳마다 만원사례를 겪은 황신혜를 '살' 공연 직후 만났다.

- 일본진출?

"외국에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별로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도 독특한 도시다.

연주 테이프를 들고 가서 서울의 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섭외가 된다.

클럽에서 공연하고 싶었고, 클럽밴드들에게 힘을 내라고 하고 싶었다."

- 황신혜밴드는 아마추어?

"밥 딜런, 딥 퍼플, 레드 제플린, 김수철, 산울림 다 아마추어다.

그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워서 음악한 게 아니란 얘기다.

댄스음악 하면 '넌 이제부터 춤만 춰' 하는 식의 프로, 무명 밴드도 '자 이제부터 음악한다' 하는 엄숙주의를 거부한다는 의미였다.

아마추어리즘이야말로 대중음악의 정수다."

- 그렇다면 프로?

"89년 졸업하고 94년까지 개인전 네차례, 퍼포먼스 10여차례를 벌였다 (그는 홍익대 서양학과를 나왔다) .그러면서 대중과 미술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내내 고민해 왔다.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게 뭐냐, 록밴드가 가장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대중' 과 '문화' 에 관한 한 '프로' 인 그의 입에선 '문화전략' '문화운동' 같은 단어가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그 운동의 지향점은 다양성이다.

'저항으로서의 록' 이든, 그저 음악이 좋아서든, 홍대앞 밴드들의 움직임은 그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사진제공 =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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