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도 병역 파문…의회,신임 내부 인준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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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란에서도 병역을 면제받은 아들 때문에 신임각료가 정치적인 곤경에 빠졌다.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최근 선임한 신임 내무장관 지명자 압둘라 누리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아들의 병역을 면제시켰다는 혐의로 의회의 인준거부라는 위기를 맞았다.

이란 의회는 누리가 아들의 병역의무를 면제시킨 것은 공직자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등을 두고 볼 때 장관직에 오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인준 거부를 표명하고 있다.

누리는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 내무장관을 역임했고 좌파 진보계인 마즈마에 헤즈볼라의 지도자다.

이란 의회의 이같은 인준거부는 사실 지난 4일 취임한 하타미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나테크 누리 의장을 주축으로 하는 의회내 강경우파들은 의회내 과반수인 1백50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기회에 자신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인준거부' 라는 무기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내무장관 지명자는 물론 문화, 농업, 주택.도시개발장관 지명자들의 인준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모하제라니 문화.이슬람 수호장관에 대해서도 그가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주장하는등 진보적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강력히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내 강경우파들의 진짜 속셈은 하타미 대통령의 조각 (組閣) 과정에서 자신의 지분을 늘려놓자는 것이다.

이들은 외무와 국방, 내무, 공보, 문화등 핵심부서를 자파 (自派) 인사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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