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오익제 월북 공방]국민회의, 월북 동기 자체조사 벌이며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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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권은 오익제 (吳益濟) 씨 월북 파문을 이념 공방으로 전개하려는 신한국당의 태도를 '이회창 살리기' 와 'DJ 흠집내기' 의 차원에서 보고 있다.

당사자인 국민회의는 "국민 수준이 전과 다르다.

정부.여당은 이미 대공 (對共) 문제에 관한 한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 되고 말았다" 고 파급효과를 낮게 전망하면서도 입체적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吳씨의 월북 동기에 대한 자체 조사도 상당히 진행중이다.

유재건 (柳在乾) 총재비서실장은 19일 "천도교 관계자들로부터 吳씨가 북한에서 천도교 법통 (法統) 을 잇고 전처 (前妻) 등 헤어진 가족과 재상봉하기 위해 입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 밝혔다.

柳실장은 "93년 베이징 (北京)에서 북한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 위원장 유미영 (柳美映.80) 을 만났을 때 '내가 얼마나 살겠느냐, (북에) 들어와서 내 후계를 잇도록 하라' 는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며 "요즘 들어 일이 잘 안풀리는 상황에서 마음이 동했을 수 있다" 고 풀이했다.

94년 천도교 교령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고, 이후 국민회의 입당 결과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천도교가 비교적 우대받는 북한에서 일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저녁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자가 당사로 전화를 걸어와 吳씨 월북이 정보기관의 기획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제보한 일도 있었다고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이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정형근의원과 강삼재사무총장을 겨냥한 별도 논평을 발표하는등 신한국당의 공격 선봉에 선 당사자들에게도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鄭대변인은 "姜총장이 이제 '오익제 +α설' 을 흘리며 과거의 야당탄압 작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19일 간부 간담회에선 "姜총장이 김현철 (金賢哲) 씨의 하수인을 하다가 요즘엔 李대표 하수인으로 말을 바꿔타고 야당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터져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정보기관내 일부 인사가 불확실한 대공 정보를 여당 정치인에게 '상납' 하고, 이게 다시 야당에 불리한 쪽으로 윤색가공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 는 인식도 상당하다.

당 일각에선 정보기관 고위 간부인 P씨를 정보의 왜곡 경로로 지목하고 한다.

이에 따라 천용택 (千容宅) 의원이 19일 오후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항의하는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안기부의 결과적 정치 개입자제' 를 촉구키로 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사안의 공론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하는등 자청해 공개검증을 받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박상천 (朴相千) 총무는 19일 당 지도부와 조율을 마친 뒤 정보위 소집을 요구했다.

궁극적 쟁점인 황장엽 (黃長燁) 리스트에 야당보다 여당 정치인이 많다는 첩보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고 한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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