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성적' 부담감 못떨친 한국선수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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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시칠리아는 '마피아의 고향' 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라는 지명에서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로버트 듀발이 열연한 명화 '대부' 가 떠오른다.

최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가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후로는 포에니전쟁의 첫 무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이빙.수구 등이 벌어지는 메시나는 장화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에서 장화코 부분에 있는 레조로부터 로마의 대군이 바다를 건너 처음 당도한 곳. 한번이라도 지중해 세계의 패권을 잡았던 나라는 모두 시칠리아에 집착했다.

그래서 그리스.카르타고.로마.독일.사라센 등이 저마다 한번씩은 머물다 떠났다.

그래서인지 시칠리아는 모든 면에서 이탈리아 본토와는 또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칠리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시칠리아는 태양과 올리브, 아몬드와 오렌지의 향기가 진동하는 아름다운 섬일 뿐이다.

나그네는 이곳 어디에서도 마피아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한다.

지금 세계 지성의 축전인 유니버시아드가 바로 시칠리아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니버시아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1959년 첫대회가 토리노에서 열렸고 70년의 6회대회 역시 토리노를 무대로 삼았다.

시칠리아대회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번째 대회. 16~18일사이 시칠리아에 입성한 참가국은 1백50개국. 선수들에게서 '임전무퇴' 같은 결사의 각오가 느껴지지 않는다.

온갖 장신구와 과감한 패션에서 보이듯 대학생 축제일 뿐이다.

한국 역시 이번 대회를 '친선 도모의 기회' 로 삼겠다고 공언한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을 감싸고 도는 것은 '부담' 과 '각오' 다.

이제는 우리도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할때인것 같다.

카타니아 =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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