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 출신 뮤지컬 전문 배우 1호 유정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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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뮤지컬 배우시장의 고급화.전문화 추세를 반영하는 상징적 인물이 있다.

유정한이다.

올해 나이 26살의 이 준수하게 생긴 사나이는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한 정통파다.

그는 대학졸업 후 '뜻한 바 있어' 뮤지컬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쩌면 국내파 서울대 출신 뮤지컬 전문배우 1호로 기록될 그에게서 그 '뜻한 바' 를 들어보면 이렇다.

"성악가에겐 성악가로서의 굴레가 있어요. 노래할 때 손을 올려도 안되고, 심지어 사소한 율동도 용납될 수 없지요. 그런 보이지 않는 구속이 싫었어요. 그저 자유롭게 노래하고 싶었지요. " 이런 개방적.전향적 사고를 형성하기까지 물론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성악가 (테너) 로서 대성하고픈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아주 냉철하게 현실진단을 해준 조언자 (지휘자 정명훈의 형인 기획사 CMI대표 정명근씨) 덕에 뮤지컬로의 방향전환은 의외로 쉬웠다.

"CMI로 아르바이트 부탁을 갔을 때였어요. 정선생님께서 대뜸 하는 말이 '국내에서 너만큼 노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라고 묻더군요.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하릴없는 외국 유학생까지 합치면 또 얼마나 될까' 라며 재차 채근하더군요. 그러면서 넌지시 권한 게 뮤지컬이었어요. " 올초 그래서 당장 그가 찾은 곳이 뮤지컬배우 단기 양성소인 서울뮤지컬아카데미였다.

비록 일천했지만 이곳에서 배운 춤과 연기실력을 가지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삼성영상사업단 제작, 9월27일~10월17일 세종문화회관) 오디션에 응시해 그는 당당히 주인공 (토니)에 뽑혔다.

제작진이 그의 발전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어요. 개인플레이를 우선하는 성악분야와 달리 서로 몸으로 부대껴야만 뭐가 되더라구요. 그만큼 인간미가 있다고 할까요. " 유정한은 고3때부터 성악공부를 했다.

"음대입시 공부는 딱 3개월했다" 고 했다.

그래서인지 삼수 끝에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뮤지컬엔 삼수가 없다" 고 잘라 말한다.

스스로 택한 길인만큼 사나이답게 책임을 다해 뜻은 있지만 여러 굴레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후배 성악전공자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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