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 국회 건교위 초점…"조사기술·외교부족 아니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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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처음 열렸다.

신한국당 현지조사의원들의 '기념사진사건' ,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 미국측의 일방적인 조사진행등에 대한 성토와 우려로 회의는 시종 팽팽한 긴장속에 진행됐다.

정부측에선 이환균 (李桓均) 건설교통부장관.홍정표 (洪正杓) 외무제2차관보, 대한항공의 조양호 (趙亮鎬) 사장이 출석했다.

회의장 안팎엔 답변준비를 위해 이들 기관에서 나온 1백여명의 실무자로 북적거렸다.

회의시작 직전, 백남치 (白南治) 위원장의 제의로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최대 쟁점은 사고원인 규명과정에서 기술력.전문가.외교력의 부족으로 미국측의 일방적인 흐름에 끌려가지 않을까 하는 점. 채영석 (蔡映錫.국민회의) 의원은 趙사장과 일문일답 과정에서 "아가냐 공항관제탑이 대한항공 괌지사에 '뭔가 잘못이 있다' 는 얘기를 전했을 때는 이미 항공기가 추락한 상태였다" 는 사실을 끌어내고 "자기관할에 들어와 있는 항공기의 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현지 관제탑의 문제를 공식으로 제기하라" 고 촉구했다.

趙사장은 이에 "아가냐 관제탑의 관제능력은 평균이하" 라고 답변했다.

사고당시 미국에 있던 김용갑 (金容甲.신한국당) 의원도 "유에스투데이 같은 유수의 신문은 한국의 서툰 전문가와 언론등을 인용해 1면 머릿기사로 '조종사의 잘못' 이라고 단정하는등 우리 국익에 중대한 손상을 주는 보도경향을 보였다" 며 "모르는 것은 차라리 모르겠다고 말하라" 고 관계자들의 신중한 자세를 촉구. 한화갑 (韓和甲).임채정 (林采正).이윤수 (李允洙.이상 국민회의).김운환 (金운桓).이재창 (李在昌.이상 신한국당).이의익 (李義翊).변웅전 (邊雄田.이상 자민련) 의원등은 앞다퉈 "조사과정에서 국익이 손상받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 고 주문했다.

일부 의원들은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의 조사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국내외 전문가들을 총동원하거나 프랑스등 유럽의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어서라도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고 강력히 제안했다.

의원들은 "85년 일본JAL기 추락사고때도 미국측이 '조종사 실수' 로 결론내렸지만 일본정부와 항공사측이 끈질기게 파고들어 1년만에 '기체결함' 으로 수정조정한 적이 있다" 며 적극적인 파이팅을 정부측에 당부했다.

…회의벽두에 오용운 (吳龍雲.자민련) 의원이 "일부 언론에 신한국당 조사단 의원들이 추락비행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도됐다" 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고 해명을 요구했다.

조진형 (趙鎭衡) 의원은 "당시 본인과 박세환 (朴世煥) 의원, 이해구 (李海龜) 정책위의장이 현지조사를 했는데 사진사를 대동하지 않았으며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조차 모른다" 고 해명하고 "사안이 어떻든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고 사과했다.

趙의원이 활동상황을 장황히 늘어놓자 야당의원들은 "5명이 일렬로 줄을 서 사진을 찍게 된 경위나 얘기하라" 고 고함쳤다.

趙의원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으며 白위원장이 "잘잘못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며 서둘러 봉합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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