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좌파의 추기경 비판은 배은망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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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좌파라면 종교에 반대해야 한다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단히 많이 덜 떨어진 좌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김 추기경만큼 살 자신 있어요? 솔직히 저는 그분만큼 살 자신 없습니다.”

19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진보신당의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른바 비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진 교수는 ‘보수화’ 등의 이유로 김수환 추기경을 비판하는 일부 진보진영의 시각을 반박했다.

이 글에서 진 교수는 “도대체 김 추기경이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해서 추모를 할 시기에 비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느냐”고 물었다. “70, 80년대 엄혹한 시절, 박정희·전두환한테 짓밟힐 때, 그나마 우리에게 보호막이 되어준 것이 김 추기경과 가톨릭 교회 아니었나”라고 재차 물었다.

자신의 경험도 전했다. “명동성당에서 정부 비판하는 마당극 하고 나서 신부님들이 보호하는 가운데 두 줄로 늘어선 형사들 사이를 빠져나오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 대한 감사를 벌써 잊어야 하나?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진 교수는 “자신들의 이념에 100% 들어맞지 않는다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소름끼친다”고 털어놨다. 또 “영혼 저울의 한쪽에 허접한 이념 서적 몇 권 읽고 형성된 머리와 입을, 다른 한쪽에는 김 추기경이 몸으로 살아온 인생을 올려놓는다면,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웬만큼 머리가 안 도는 사람도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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