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 홍수 … 나흘새 1조18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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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16~19일 나흘간 총 1조1898억원어치의 주식이 팔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5포인트(7.1%)나 떨어졌다. 선물시장의 매매 방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거래소 시장에서도 프로그램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순매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오전 한때 110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오후 한때 개인의 순매수로 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프로그램 매물의 압박으로 결국 코스피지수는 5.09포인트(0.55%) 하락한 1107.1로 마감했다. 이날 하루에만 프로그램 매매에서 521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시장을 장악한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된다. 최근 나흘 연속 외국인이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을 팔아치우면 프로그램도 순매도를 이어갔다. 선물 순매도로 선물 가격이 현물에 비해 저평가되면 프로그램 차익매도(고평가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것)가 자동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를 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날도 외국인은 19일 선물에서 3491계약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나흘 동안 1만7942계약을 내다팔았다.


외국인이 선물을 내다파는 건 앞으로 국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동유럽의 국가 부도 가능성 등 글로벌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외국인은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주가가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선물과 프로그램 순매도세가 이날 다소 누그러들자 추가 매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12일에도 외국인은 대규모 순매도를 한 뒤 13일 2000계약의 선물 순매수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매매의 상황과 아시아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단기매매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창규 연구원은 “최근 나흘간 프로그램 차익거래 물량이 7000억원 이상 나와 있어 추가로 나올 물량은 2000억~30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주가지수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어서 외국인들이 추가적으로 선물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프로그램 매매=다수의 종목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일시에 거래하는 것. 이 중 차익거래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비차익 거래는 선물가격과 무관하게 15개 이상의 종목을 한꺼번에 사거나 파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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