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한국·미국 합동조사 앞으로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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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의 한.미합동 현장조사 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합동조사반은 이번주중 사고현장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치고 각각 귀국한 뒤 조사자료를 정리, 이를 토대로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에 모여 원인 분석작업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분석작업이 진행중인 블랙박스 해독팀의 결과와 현장조사 기록을 대조해 가면서 사고당시 상황을 시뮬레이션화해 당시 장면을 재연하게 된다.

향후 조사계획과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정리해본다.

◇ 향후 조사계획 = 지금까지 조사팀이 벌인 업무중 중요한 부분은 기체내 각종 기기상태에 대한 점검과 추락상태, 사고기.희생자등에 대한 종합적인 촬영활동이다.

조사팀은 이를 토대로 블랙박스에서 해독한 내용과 대조작업을 벌여가며 사고상황을 재구성, 애니메이션으로 영상화한 사고기를 띄워 사고상황을 연출한다.

이때 각종 계기의 위치및 작동상태와 사고기의 추락상황이 정확하게 일치하면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때까지 최소한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사고 조사및 블랙박스 해독에 참여한 사람, 항공사 관계자, 비행기및 엔진제작사 관계자, 항공전문가등이 참가하는 청문회도 열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모든 과정을 거치는데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사고조사 중간점검 = 한.미합동조사반은 아직 사고원인이 될만한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블랙박스중 판독이 비교적 용이한 조종실음성기록 (CVR) 은 상당부분 해독했으나 사고원인을 유추할 일부 대화내용외에 결정적 단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활동의 핵심은 사고기가 왜 정상고도 이하로 비행했는지를 밝혀내는 것. 전문가들은 기체결함이나 기상악화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으나 아직 이상징후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체의 경우 초기에는 엔진화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조사결과 4개 엔진 모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만 착륙때 주로 사용하는 고도계와 거리측정기 (DME) 의 결함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 고도계 조사과정에서 관제탑에서 잘못된 고도정보를 보냈을 가능성과 조종사가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활공각지시기 (GS) 나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 (MSAW)가 고장난 상황에서 고도계와 DME가 고장났다면 조종사가 고도를 맞추기 어려워 추락에 대한 책임이 일부 가려질 수 있게 된다.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도 관심부분. NTSB 조지 블랙 위원은 "비행기는 충돌전까지 조종사에 의해 잘 통제되고 있었으며 조종실내 동요를 입증할만한 이상징후는 없었다" 고 밝힌바 있다.

이 말은 기체의 이상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조종사나 관제사의 오류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사고기의 경우 조종실내에 기장.부기장.항공기관사가 강하가 시작되는 고도 2천피트 상공에서 착륙준비를 하면서부터 (착륙 30~40분전) 고도계등 착륙에 필수적인 장비를 크로스 체크하도록 돼 있어 이들이 모두 실수를 했으리라는 가정은 설득력을 잃는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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