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참사]풀리지 않는 의문점 4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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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까지 괌 아가냐공항의 최저안전고도 경보장치 (MSAW) 등 공항시설 고장을 밝혀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의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동계기착륙장치 (ILS) 와 MSAW이상으로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상황분석은 가능하지만 사고기가 정상고도 4백40m보다 2백여m나 낮게 날게 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전히 남는 궁금증을 짚어본다.

◇ 저공비행 왜 했나 = 사고기는 충돌 6~7분전 공항으로부터 32~40㎞ 떨어진 상공에서 미국 앤더슨 공군기지 접근관제소와 교신을 시작했다.

이어 공항전방 10~15㎞사이에서 공합관제탑으로부터 착륙허가를 받고 최종 착륙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때가 공항관제소와 마지막 교신을 한 사고 1분여 전이었고 사고기의 속력은 시속 1백80마일 정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단계까지 정상비행하던 사고기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저공비행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조사결과에 비춰보면 크게 두가지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첫번째는 착륙 허가단계에서 공항관제소가 야간 악천후속 비정밀 접근으로 착륙을 시도한 사고기에 잘못된 비행정보를 전달한 경우. 공항관제소는 고도.기압등 기본정보는 물론 시설고장여부등 일체의 공항정보를 제공하는데 MSAW등 공항시설 고장.불량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관제소가 결정적인 비행정보를 오인통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번째는 기장등 승무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가능성이다.

'랜딩기어 하강' 명령을 부기장이 이행하지 않았던 91년 대구공항사고나 기장의 무리한 착륙시도와 부기장의 고도파악 착오등이 복합됐던 93년 아시아나여객기 추락사고처럼 조종사 과실은 항공사고의 주원인중 하나다.

◇ 다른 계기 이상 없었나 = 엔진화재등 기계적 기체결함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활공각 시설 도움없는 착륙에 필수적인 항공기의 기압고도계와 거리측정기의 고장 의혹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고기는 사고당시 거의 정상착륙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어서 거리측정기의 이상에 의한 조종사의 착각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압고도계가 급변하는 아열대성 기상상태에서 오작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항공기내 전자계기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았고 역대 항공사고중 계기 오작동에 의한 사고확률은 매우 낮다.

◇ 안전고도이탈 경보 의무인가 = 관제소의 MSAW로부터 비행기에 경보를 보내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경보가 있었다면 사고가 안날 수도 있었으리란 지적이 가능하지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항공국 (FAA) 관제매뉴얼 (AIM) 은 "관제사는 항공기가 지면이나 지형지물에 너무 접근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조종사에게 경보를 발해야 한다…이 경고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당연히 전달해야 할 것" 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사고를 방지할 완전하고도 최후의 책임은 조종사에게 있다" 고 분명히하고 있고 법원의 판례도 관제사의 과오가 명백한 경우조차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이 문제는 한.미간에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 항공기내 경보 울렸나 = NTSB 괌 현지 조사책임자 조지 블랙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지상에 근접할 때 경보를 울려주는 "지상근접경보시스템 (GPWS) 장치가 추락 이후에도 가동되고 있는 상태" 였다고 말했다.

GPWS는 블랙박스중 음성기록장치가 아니라 비행기록장치에 수록되는 정보여서 NTSB측이 블랙박스 회수후 비행기록장치까지 1차판독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또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종사들이 GPWS 경보를 괌 아가냐공항 일대 구릉지대 특성상 발생한 오작동으로 간주했거나 특별한 상황 때문에 알면서도 고도를 낮춰 비행해 이를 무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측은 그러나 "사고당시 공항시설중 GPWS에 신호를 보내주는 글라이드 슬로프 장치가 고장나 있어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박스 완전해독이 끝나야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권영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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