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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인기드라마 '용의 눈물' 작가 이환경씨(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인기드라마 '용의 눈물' 작가 이환경 씨>

- '용의 눈물' 엔 특히 정사와는 다르게 여성 (이성계의 계비 강씨와 태종의 비 민씨등) 을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는가.

"여성시청자를 위한 배려였다"

- '용의 눈물' 에 남성 시청자가 몰리는데.

"나는 남성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싶은 심정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폼잡을 일 없어진 그들에게 남자다움을 일깨워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 '용의 눈물' 을 현실정치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역사는 돌고 돌더라. 6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부침 (浮沈) 하는 인물군상은 똑같다는 생각이다.

- 이방원의 왕권중심주의와 정도전의 신권 (臣權) 중심주의를 각각 강력한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대결로 해석하는 견해에 대해서는.

"정치권에 논란이 일기 전인 지난해 드라마가 기획돼 그런 관심은 애초에 없었다.

물론 '상황' 은 연관성이 있으나 제도로서는 연결짓기에 무리가 따른다.

드라마 내용까지 정치계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면 좀 우습지 않나. "

그러면서 그는 이방원이 탄 백마에 정말 우연히 'DJ' 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을 두고 정치권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며 웃었다.

- 사극작가로서 보는 바람직한 대통령상은 뭔가.

"잔머리 쓰는 사람은 질색이다"

李씨는 탤런트 나한일을 스타로 키운 '무풍지대' , 70년대 재계의 무서운 아이로 급부상하다 급격히 좌절한 제세산업 창업자 이창우씨의 이야기를 그린 '훠어이 훠어이' , 무풍지대의 속편격인 액션물 '적색지대' 등을 써 인기를 모았다.

지금까지 방송극본 2백여편을 집필한 그는 개인적으로 동편제를 소재로 해 일곱번이나 재방됐던 '초혼가' 가 가장 소중하다고 했다.

- 작품 목록이 정말 남성 중심이라 뭔가 '건달' 세계가 느껴진다.

"나를 사극작가라기보다 남성드라마작가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나는 멜로는 못쓴다.

정치.역사.주먹세계.기업등 남자가 있는 곳을 그린다.

배신해서는 안되는 의리가 있고 남자로서의 책무가 느껴지는 세계가 좋다.

그건 바로 나의 밑바닥 인생경험을 통해 친숙해졌다"

- 글 안쓰고 술 안마시는 날은 뭐하나

"술 안마시는 날은 없는데 (웃음) .얼마전 대장암수술을 받은 아내를 위해 가끔 장을 보기도 한다.

두살 아래인 아내가 가장 무서운 존재다"

- 스케일 큰 드라마 지망생은 거의 없고 멜로물이나 코미디작가만 넘쳐나는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나의 작가관은 방송작가는 시청자를 위한 광대라는 것이다.

지식은 있지만 가슴이 없는 작가지망생이 많다.

여성작가가 80%를 넘는 것도 문제다.

방송 드라마 풍토에 실망하고 있다.

감각에만 집착하는게 요즘 추세인가 본데 테크닉은 떨어져도 가슴이 살아있는 작가가 나와야 한다"

'용의 눈물' 은 시청률 (KBS집계) 이 최근 30%전후로 급부상해 있다.

그는 김재형PD와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PD는 작가가 소신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전폭적으로 신뢰해 준다고 했다.

남자끼리 잘 만났다는 것이다.

방송 초기처럼 시청률이 계속 낮았다면 잘렸을 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결국 대취 (大醉) 했다.

정리 =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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