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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희의 스토리가 있는 명품<5> 파버 카스텔 퍼펙트 펜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떤 종류의 필기구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편한 볼펜보다는 심을 깎아 가며 쓰는 연필을 좋아하고, 수성펜보다 잉크를 계속 채워줘야 하는만년필을 더 좋아한다는 건 조금 불편하더라도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만년필을 수집하고 여러 형태의 예쁜 연필로 필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편하지는 않지만 만년필에 잉크를 주입하거나 연필심을 깎는 순간만큼은 한 문장을 쓰더라도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년 전, 신문을 보다가 독특한 연필 하나를 발견했다.

 역사소설 ‘칼의 노래’ 100만부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어느 필기구 회사가 작가 김훈에게 백금으로 만든 연필을 증정했다는 기사를 본 것이다. 평소 연필로만 집필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 작가의 소설은 ‘연필의 힘’에서 나온다는 의미에서 선물한 것이다.

 프라다나 구찌 등 패션 명품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연필을 보긴 했지만 백금은 아니었다.

 호기심이 발동, 수소문한 끝에 그 연필을 찾아냈다.

 ‘파버 카스텔’이라는 브랜드였다. 독일 브랜드 ‘파버 카스텔’은 1761년에 생산된 이래 248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필기구의 명품이다. 반 고흐가 밑그림 데생을 할 때, 헤르만 헤세와 괴테가 글을 쓸 때, 바흐가 악보를 그릴 때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다.

 육각형 연필을 최초로 만들고, 연필에 브랜드를 도입했으며, 18cm를 연필의 표준 길이로 뿌리내리게 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또한 세라믹 연필심 기법을 도입했고 단단한 정도(H)와 진한 정도(B)에 따른 연필심의 등급을 세계 최초로 고안, 필기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버 카스텔은 해마다 연필 생산량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음으로써 친환경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착한 브랜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 나는 마침내 매장까지 찾아가 이 ‘퍼펙트 펜슬’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일반 연필과 달리 백금 뚜껑이 있었고 그 안에 연필을 깎을 수 있는 칼과 함께 지우개가 있었다. 뚜껑이 있으니 연필심이 부러질 걱정도 덜고 휴대도 할 수 있었다. 클립이 있어서 양복주머니나 다이어리에 꽂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백금 뚜껑을 열었을 때 코끝을 스치는 캘리포니아산 삼나무 향기는 묘한 설렘을 일게 했다. 날아갈 듯 가벼운 삼나무의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과 차가우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을 전해주는 백금 뚜껑의 조화는 가히 예술 그 자체였다.

 그날 이후 파버 카스텔의 ‘퍼펙트 펜슬’에 반한 나는 결국 몇 달을 벼르고 별러 브라운컬러 제품을 구입했다. 비록 쓰지는 않더라도 요리조리 만질 때마다 흐뭇함이 얼굴에 번진다. ‘내겐 너무 이쁜 애인’처럼 쓰다듬고 보듬고 있다. 나는 이 ‘애인’을 ‘귀족 연필’이라고 부르고 있다.

▶ 자료 제공=(주)유아짱(www.uajjang.com), 파버 카스텔


유난희는= 명품 전문 쇼호스트로, 현재GS홈쇼핑에서 '명품컬렉션 with 유난희'를 진행하고있다. 공주영상대 쇼 호스트학과 교수. 저서 『명품 골라주는 여자』,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등.
*<유난희의 스토리가 있는 명품>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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