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참사 왜 일어났나 쟁점 집중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사고 원인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가 표출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차적으로 '악천후와 공항유도장치 결함' 에서 문제를 찾고 있고, 사고기 제조회사인 보잉사는 '사고여객기는 노후기가 아니고 기체결함도 없었음' 을 현지에서 해명하는 기민성을 보였다.

미국 전문가들은 은연중 '조종사 실수 또는 무리한 착륙시도' 가 사고의 주원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고원인을 쟁점별로 분석했다.

<기체결함>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에 '불빛' 이 보였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미국측은 서둘러 "사실이 아니다" 라고 해명했다.

이는 '테러에 의한 폭발' 을 부인하는 것도 되지만 '엔진등 기체결함 탓도 아니다' 라는 설명도 된다.

고도계등 기내착륙장치 고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정상적인 착륙을 시도한 이상 "이상은 없었다" 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계기고장을 조종사가 몰랐을 경우 또는 착륙중 순간적으로 기체.계기가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상이변>

당시 기상이 악천후였다는 대한항공측 주장에 미국측 전문가들은 사고후 바로 아시아나 항공기가 제대로 착륙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가냐 공항 관제탑이 착륙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상상태를 무시하고 착륙허가를 내렸을리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일반적으로 '어느 공항이건 최소기상조건을 정해 놓고 기상이 그 이상 악화되면 관제사는 절대 착륙허가를 내리지 않는다' 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 맞는 말이다.

이에 대해 국내전문가들은 관제사가 악천후 속에서 흔히 일어 날 수 있는 돌발적인 '국지적 돌풍 (windshear)' 을 못 봤을 수도 있고, 자동적으로 제공돼야 할 기상상황이 조종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돌풍상태에서는 항공기가 일시적으로 정상 양력 (揚力) 을 받지 못하는 마이크로버스트 현상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기체가 추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관제미숙>

당시 아가냐 공항은 계기착륙유도장치 (ILS) 의 일부인 '글라이드 슬로프' 가 고장나 지상에서 강하각 (降下角) 을 알려주지 못하는 상태였다.

대한항공측은 이 유도장치 고장이 사고의 주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항측은 이 기기 (器機) 고장은 이미 충분히 통보했고, 조종사도 알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이 기기가 고장났다고 해서 정상착륙이 안되는건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조종사와 관제탑간의 교신내용에 의문을 품고 있다.

관제사가 사고여객기의 고도이탈을 전혀 모르고 "뭔가 잘못됐다" 고만 했다는게 이상하다며 정상적으로 유도.관제업무를 수행했는지 의문이 간다는 주장이다.

<조종실수>

▶조종실수 사고원인 조사를 담당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는 ▶승객이 2백40여명인데 왜 대한항공이 보잉747로 대체해 보냈는지 ▶조종사가 보잉747에 얼마나 익숙한지 ▶아가냐공항 이착륙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등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결심고도 (조종사가 착륙하면서 계속착륙 또는 재이륙을 최종결정하는 고도)에서 활주로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결심고도에서 비행기가 활주로와 일직선이 아니거나, 고도가 틀리거나, 기상이 나쁠 경우 조종사는 재이륙을 해야 하는데 사고여객기 조종사가 '무리하게 착륙' 을 시도한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계기고장으로 결심고도를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고 본다.

조종사가 정밀계기접근고도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3명이나 되는 승무원 모두가 착각하긴 힘들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결심고도후 정상적인 착륙도중 갑작스런 기체.계기고장, 기류변화의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긴 하지만 배제하기 힘들다.

음성직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