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 긴박한 정부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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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일 새벽 KAL기 추락 비보를 접한 정부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청와대를 비롯, 각 부처가 긴박한 움직임 속에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고건 (高建) 총리를 비롯한 관련부처 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으며, 高총리는 별도로 새벽.아침 두차례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는등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 청와대 = 金대통령은 오전3시30분 청와대 관저에서 잠을 자던중 반기문 (潘基文)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긴급 전화보고를 받고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아, 큰일이다" 며 탄식하고 신속한 경위파악과 수습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오전3시쯤 외교안보 상황실을 통해 사고 제1보가 전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어 김용태 (金瑢泰) 비서실장.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潘수석등은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오전5시에 金대통령은 2차보고를 받았다.

날이 밝은 뒤 金실장은 다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했으며 지방에서 휴가중인 김인호 (金仁浩) 경제수석은 급거 상경했다.

오전9시30분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준 金대통령은 바로 관련 부처장관회의를 주재, 상황과 대책을 하나씩 챙기면서 "부상자에 대해서는 필요시 국내로 즉시 후송,치료에 만전을 기하라"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괌의 온중렬 (溫重烈) 아가냐총영사와 전화통화를 갖고 현지 상황을 보고받은뒤 "미국 정부.군당국등 현지기관과 긴밀히 협조, 생존자가 한사람이라도 더 구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라" 고 당부했다.

金대통령은 침통함과 참담한 심정을 담은 성명을 이례적으로 냈다.

비서진들은 "5일 개각으로 임기말의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려 했는데…새벽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면서 민심이 악화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 총리실 = 高총리는 오전5시 외무.건교.총무처장관을 긴급 소집, 1차 관계장관회의를 연데 이어 오전7시30분에는 김동진 (金東鎭) 국방장관.김용태비서실장등을 포함시켜 2차 관계장관회의를 여는등 사고의 중대성을 감안, 긴박하게 움직였다.

새벽 1차회의에서 高총리는 이환균 (李桓均)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대책본부 설치와 대책반 급파를 지시하고 사망.부상자 명단을 신속하게 확인하도록 했다.

2차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사고현장이 미국령인 만큼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부처별로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방안을 모색. 金국방장관은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통해 미국측에 지원병력과 장비를 최대한 지원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해 이미 현지에서 헬기 2대, 앰뷸런스 4대, 병력 2백명이 구조에 동원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고 밝혔다.

유종하 (柳宗夏) 외무장관도 "워싱턴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했다" 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괌으로 급파된 특별대책반도 미국측과 공동조사단을 구성하는등 현지 관.군의 협조를 얻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고원인 파악에 나설 방침.

◇ 건설교통부 = 이환균장관등 간부들은 사고소식을 접하자마자 새벽에 모두 출근, 정부종합대책본부를 차려놓고 수습책을 논의하는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편 건교부 관계자들은 사고원인을 기체결함이나 조종사 실수등으로 해석하려는데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노출. 이는 사고원인에 따라 보험료 산정은 물론 국내 항공사의 국제적 신뢰도에 치명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 외무부 = 새벽 정보상황실에 '외무부 사고대책반' 을 가동하는등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오전5시 사고대책반에 나온 유종하외무장관은 간부직원에게 비상연락을 지시하는 한편 주 (駐) 아가냐 총영사관과 연락을 취하며 사고경위및 생존자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외무부는 사고원인 조사와 부상자 치료를 위해 "미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라" 고 현지 공관과 주미 대사관측에 긴급 훈령하는 한편 정성배 (鄭盛培) 재외국민심의관등 3명의 직원을 현지에 급파. 외무부는 또 유가족이 사고현장 방문을 희망할 경우 주민등록증과 사진만으로 임시여권을 발급하는등 편의를 제공키로 했고 탑승객중 미.일등 외국인 14명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자 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등 국제법적 측면을 검토.

◇ 국방부 = 군은 사고소식을 접하자마자 북한측의 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즉각 김종환 (金鍾煥.소장) 합참 작전부장을 반장으로 하는 초기대응반을 소집, 대응책을 숙의했다.

그러나 한미연합사로부터 받은 자료와 외신등을 검토한 결과 테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 오전9시 초기대응반 소집을 해제하고 대신 이청남 (李淸男) 방위사업실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해대책본부를 편성했다.

국방부는 오전6시55분부터 한미연합사와 괌 미 해군기지간에 핫라인이 설치되면서 연합사 상황실에 연락장교를 보내 구조활동 상황등이 들어오는대로 이를 건설교통부 상황실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전파. 한편 국방부는 이날 오후 미 태평양사령부에 요청한 일본 요코타 (橫田) 미공군기지의 C - 9 의료수송기 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C - 130 수송기 2대를 대기시키기도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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