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참사 사고원인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일 새벽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원인은 블랙박스와 기체잔해 (殘骸).현장상황 분석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가려질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목격자 증언▶추락상태및 현장상황▶관제탑과 조종사간의 교신내용▶기상상태등을 종합해 판단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조종사가 항공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땅으로 추락시키는 경우로 악천후.갑작스런 풍향변화.기체결함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 기상상태 = 801편이 추락할 당시 괌 아가냐공항 부근에는 갑자기 거센 소나기성 비가 내렸다는 보도다.

이 비는 열대성 기류를 타고 거대한 적란운을 형성, 기습적인 빗줄기를 퍼붓는 열대성 호우 (스콜) 였을 것으로 보인다.

스콜은 시간당 1백㎜이상의 비를 갑자기 쏟아붓기 때문에 때로는 시계 0일 경우도 종종 생긴다.

더구나 "사고 당시 제11호 태풍 티나가 괌에 상륙중이었다" 는 대한항공의 발표도 주목할 만하다.

또 악천후가 아닌 시계가 양호한 평온 기상상태에서도 국지적 (局地的) 으로는 '마이크로버스트 (Microbust)' 등 위험한 풍향 (일정 지역에서 비바람이 갑작스레 직하강해 옆으로 퍼지며 맞바람을 일으키는 경우 항공기가 이를 뚫고나가다 추락하는 수가 있음) 이 나타나는 수도 있어 기상상태가 양호한 상태에서도 '바람' 이 추락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기체결함 = 84년에 도입된 사고여객기는 기체이상으로 3일전 정밀 기체정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이 "음료수 서비스를 받다가 갑자기 안전벨트를 매라는 사인이 들어와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중단하고 자리에 앉았다.

또 이륙한 뒤에도 음료수 서비스 도중에 기체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고 증언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일부 생존자의 증언대로 '불빛' 이 추락전에 보였다면 엔진결함일 가능성도 있다.

두번째 추락원인은 정상적인 조종상태에서 갑작스레 장애물에 부딪치는 경우다.

사고 당시 괌공항은 계기착륙유도장치 (ILS) 고장으로 수리중이었으며 때문에 조종사는 지상에서 보내는 강하각 (降下角) 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때 조종사는 항공기내 고도계에 의존해 하강각도를 예측하며 착륙하게 된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예기치 않은 산.구릉이 나타날 경우 부딪치게 된다.

지난 10년간 전체 제트여객기 사고의 50% 정도가 이와 비슷한 사고 유형. 이번 사고의 경우 항공기 추락지점이 유도탑에서 불과 3백여 밖이라는 점, 조종사의 "해낼 수 있다" 는 교신, 랜딩기어를 내렸다는 목격자 증언등을 종합하면 '조종사가 고도계를 이용해 착륙하다가 추락했을 가능성' 도 없지 않다.

음성직 전문위원.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