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산다]충남 공주민속극박물관 심우성 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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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공주시의당면청룡리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새로 지은 도회풍의 2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공주민속극박물관. 인형.탈.판소리용 북등 1천5백여점의 민속품이 찾는 이의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고유의 웬만한 민속품은 여기 다 모였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박물관장인 심우성 (沈雨晟.62.전 덕성여대 교수) 씨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민속연구가로, 또는 민속학자로 알려진 그의 고향에서의 생활상이 꽤나 궁금한 탓이다.

그는 지난 30여년동안 남사당패의 삶을 쫓아 풍물을 놀고 탈과 인형을 만든 민속연희자로, 그리고 '남사당패 연구' . '한국의 민속극' 등 20여권의 민속학 관련 책을 펴낸 민속학자로 일해왔다.

지난 80년부터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조금씩 모아온 민속품을 보관할 적당한 장소를 찾던 그는 고향 청룡리에 재산 5억원을 털어 박물관을 짓고 아예 눌러 지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요즘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박물관을 감싸고 있는 나무에 물을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박물관 건립과 동시에 심어 아직 발육상태가 온전치 못한 나무에 늘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내부 정리는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는 민속품을 포함, 전시품을 정리하고 박물관을 정비하는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다행히 아들 하용 (28) 씨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박물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원래 박물관터는 할아버지가 무병장수를 위해 마련해준 제 무덤자리였지요. 환갑을 넘겼으니 할아버지 희망이 이루어진 것같아 봉분을 걷어냈습니다."

그는 박물관 한쪽에 민속극 공연과 이론 강의를 위한 세미나실을 갖춰놓고 방학기간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전통예술에 대한 강좌를 열고 있다.

그는 "고향 친구나 동네사람들이 수시로 찾는 데다 방학을 이용해 단체로 찾아오는 학생 손님까지 챙기려다 보니 눈코 뜰새 없다" 며 "가끔 공주시내에 들러 전병용 (全炳庸) 공주시장을 비롯한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 좋아하는 소주잔을 기울일 시간마저 없을 정도" 라고 근황을 털어놓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틈틈이 민속학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오는 9월말 발표예정으로 민속학자 6명과 함께 준비하는 '계룡산 산신제에 관한 연구' 가 바로 그것이다.

또 10월말에는 그동안 자신이 발표한 민속학 관계 논문을 모아 정리한 '심우성 평론집' 도 펴낼 예정. 이곳 박물관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릴 예정인 '아시아 1인 연극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그는 "아직 시골 인심이 살아있는 고향생활이 너무도 포근하다" 며 "남은 인생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서 살아갈 생각" 이라고 말했다.

공주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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