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者예비회담 북한 속셈 …정전체제 유지 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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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은 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 열리기 몇시간 전 외교부대변인을 통해 정전체제의 틀을 강조하면서도 북.미 장성급 접촉과 평화보장체계 수립 문제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두 의제에 대해 협상이 이뤄질 경우 "융통성도 보일 준비가 돼있다" 고 밝힌 것도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관철되는 것을 전제로 한 '융통성' 이다.

특히 한국.중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이번 회담을 북.미간 협상으로 만들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지난해 4월 첫 제의 이후 1년3개월만에 회담 테이블에 앉는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언급은 얼핏 보면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내용이지만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94년 군사정전위원회 (MAC) 체제를 대체할 새 평화보장체계를 주장하면서 유엔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4자회담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북한이 "정전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정전협정을 유지하겠다" 고 강조한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규모 대북식량지원과 경제제재 완화.북미관계 개선등 많은 '당근' 이 기대되는 회담에서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일단 회담 전망을 밝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마주 앉는 테이블에서 북한이 미국만을 상대로 집요한 협상을 벌여나갈 경우 사태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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