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은미 3집앨범 출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국내 라이브 무대에서 앵콜은 보통 한차례다.

그런데 이은미의 공연에서는 앵콜 두번 (투콜) 이 기본이고 스리콜 (세번) 도 드물지 않게 터진다.

그녀 공연장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들어왔다가 기분좋게 흥분된 얼굴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듣는 이의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하는데 그녀의 무대는 확실한 촉매제다.

맨발 차림으로 '겟백' 을 열창하는 그녀는 열정을 주체 못해 광적으로 스틱을 휘두르다 끝내 드럼을 부수고 진정제 주사를 맞아야했던 그룹 '후' 의 드러머 키스 문을 연상시킨다.

목젖이 보일 만큼 입을 벌리고 강렬하게 치고 올라 가는 고음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라이브가수로서의 진면목은 차분하면서 습기찬 중저음부에서 더 잘 발견된다.

그녀의 안정된 창법은 소리통 (목청) 을 폭넓게 울린 뒤 여유있는 호흡으로 가라앉히는 독특한 기법에 바탕한다.

이런 기법은 타고난 천품 탓도 있지만 몇 시간씩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복식호흡으로 목청을 가다듬는 노력에도 상당부분 힘입고 있다는 것이 주위의 분석이다.

한가지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그녀는 일상사에선 지나치리만큼 순진하고 때로 '쑥맥' 이다.

불행한 일도 많았다.

매니저와의 불화, 잦은 소속사 이적등으로 94년 여름 2집 '어떤 그리움' 을 낸 이래 3년간 음반을 내지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이달초 3집을 냈다.

그간 쌓인 갑갑함을 훌훌 털고픈 마음이었을까. 제목이 '자유인' 이고 타이틀곡은 '참을만큼 참았어' 다.

본인의 표현을 빌면 '뜨끈뜨끈한 록' 이다.

원래 그녀는 리듬 앤 블루스 전문가수로 알려졌지만 콘서트에서는 록에 대한 애정을 꾸밈없이 드러냈었고 그 애정을 음반으로는 처음 표현한 것. 열정적이지만 조금 위태로운 느낌도 드는 '참을만큼 참았어' 에 비해 리듬 앤 블루스풍의 '너에게 가고싶어' 는 어딘지 재즈냄새 풍기는 분위기로 눈길을 끌며, 자작곡 '안녕' 은 그녀 특유의 열정을 유감없이 드러낸 록블루스다.

그녀의 92년 데뷔음반 '기억속으로' 와 2집 '어떤 그리 움' 은 각각 20만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잘나가는 댄스가수의 밀리언셀러와 비교해 보면 어림없을지 모르지만 구매자 대부분이 20대와 30대에 몰려 있고 간혹 40대까지 올라간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수치다.

이선희이래 노래 잘부르는 여가수는 여성팬이 대부분이란 통념이 생겼지만 그녀 콘서트에 가보면 청중의 30%는 대학생.직장인등 20대 남자들일만큼 그녀는 성인층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2집까지는 프로듀서 한명 없이 혼자 캐나다에서 음반을 만들만큼 어려움에 시달렸다.

3집은 다행히 건반연주와 작곡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빛과 소금' 리더 박성식이 프로듀싱을 맡아 탄탄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은미는 10일까지 서울라이브극장 (02 - 766 - 5417)에서 3집 기념콘서트를 갖는 것을 필두로 부산.대구.광주등 10대도시를 돌며 전국순회공연을 한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