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美기업,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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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로 혈연관계에 의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우리 기업들과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된 미국에서 한 기업의 경영을 총책임지는 최고경영자 (CEO) 의 승계는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쳐 이뤄지고 있을까.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호 (8월11일자)에서 요즘 미국 주요기업에서 벌어지는 CEO 승계와 관련한 문제점과 새로운 대응방식을 커버 스토리로 소개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 경영권 승계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를 전반적인 미국기업들의 다운사이징에서 찾고 있다.

인원을 줄이다보니 이제는 예전과 같이 내부에서 유능한 최고경영자감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 이때문에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외부 영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60년대에는 외부 영입 비율이 9%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미국 1천대 기업중 약 3분의1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했다.

또 다른 변화는 이사회의 입김이 강해진 것. 예전엔 퇴임하는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경우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와 뜻이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요즘들어 이사회가 후계자 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현 최고경영자들이 개인적 선호로 후계자를 결정한다거나 2인자의 부상을 원치않아 실력있고 유망한 경영자를 내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54) 회장의 경우 잠재적인 후계자 3명을 떠나보냈고 시티코프의 존 리드 (58) 회장도 최근 가장 유망한 후계자 후보를 내쫓았다.

이때문에 이사회가 중심이 돼 내부 인재를 발굴, 장기적으로 관찰해 평가하는 동시에 외부 인재를 찾기 위한 헤드 헌터를 고용해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장 적절한 최고경영자를 물색하기 위해 과거 성공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물론 최근엔 그 과정까지 체계화.정교화되는 분위기다.

오는 2000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 (GE) 의 잭 웰치 (61) 회장은 차기 회장에 최고 적임자를 찾아내는 것이 자신이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 밝히고 있다.

GE는 현재 내부적으로 6~7명의 후보들을 압축해두고 있다.

웰치는 이들을 비공개적으로 테스트하면서도 70년말 자신이 총수의 지위에 오르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공개적인 경쟁과 배제방식은 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웰치는 당시 7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3명의 부회장직에 오른 뒤 80년대 초에야 최종적으로 회장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런 치열한 내부경쟁 때문에 GE는 내부에 분파가 형성됐고 웰치가 승리한 뒤 4명의 후보들이 GE를 떠나는 후유증을 겪었다.

이런 조직 내분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후계 구도가 보다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 요즘 미국기업들의 생각이다.

정리 =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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