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수면환경에 신경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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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잠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숙면을 하지 못해 지각사태를 빚는 것은 물론 수면자세가 나빠 목의 경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같은 '열대야 증후군' 중 유의해야 할 질환은 목뼈 이상과 안면신경마비. 목침을 벤다거나 쇼파에 기댄 채 잠이 드는 등 비정상적인 수면자세가 원인이다.

목뼈의 정상적인 모양은 왼쪽 옆에서 보았을 때 C자형. 고침단명 (高枕短命) 이란 말이 있듯 높은 베게는 목뼈를 I자형으로 만들어 경추디스크를 유발한다.

또 수면자세가 나쁠 경우 근육과 인대가 긴장되어 일시적으로 목을 가눌수 없는 경추부 염좌를 일으킨다.

그밖에도 목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은 20대 이후 서서히 위축되는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나이가 들수록 충격흡수와 회복률이 떨어지게 마련. 따라서 딱딱하고 높은 목침이나 나쁜 수면자세는 목뼈와 주변 조직의 손상을 자초하는 행위다.

신사통증클리닉의 고준식원장은 "목이 삔 상태인 염좌일 때는 마사지와 따끈한 물수건으로 근육.인대를 풀어주고, 심할 경우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보통 3~4일이면 낫는다" 며 "이 기간이 지나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고 팔이나 손이 저리는 증상이 있다면 목뼈 이상을 의심,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수면의학 전문가들이 권하는 베개는 낮을수록 좋고, 어깨를 받쳐주면서 쿠션이 있어야 한다.

찬바닥이나 찬공기에 오래 노출되어 나타나는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의 균형을 잡아주는 신경이 마비된 현상. 입과 눈이 돌아간다고 해서 한방에서는 구안와사 (口眼斜) 로 불리는데 단순한 얼굴신경마비일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3~4주면 회복된다.

현대한의원 허종회원장은 "차가운 에어컨.선풍기바람을 쐬며 잠을 잘경우 일시적으로 얼굴신경이 마비되는 급성 구안와사가 올 수 있다.

이때는 침으로 쉽게 돌아오지만 증세가 서서히 악화되는 중추신경계 이상은 침과 약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말한다.

수면환경이 섭씨25도 이상인 열대야에서는 델타수면 상태인 숙면시간이 감소하고, 잠이 드는 시간이 늦어짐에 따라 생체리듬이 깨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지연증후군이 늘어난다.

수면증후군의 특징은 밤이 되면 머리가 맑아지지만 낮에는 무기력해지면서 매사 의욕이 떨어지는 것. 특히 오후 2~6시 사이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져 졸음 운전이나 안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의 체내시계를 조절하는 것은 5천룩스 (약간 흐린 날씨의 실외 밝기) 이상의 밝은 빛. 따라서 규칙적인 기상시간을 지켜 밝은 빛을 받는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생체학적으로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데는 자명종보다 강한 조명등이나 커튼을 열어 젖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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