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애완동물 童心 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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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종로나 청계천등을 지나다 길가에서 늘어놓고 파는 애완동물을 만나면 발걸음이 절로 멈춰진다.

그러나 이들중 상당수는 병든 애완동물인 경우가 많아 동심을 울리고 있다.

서울송파구오륜동에 사는 김현경씨는 사온지 보름만에 죽어버린 햄스터때문에 실의에 빠져있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걱정이다.

평소 강아지나 곤충등 살아있는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이 햄스터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의 일. 당시 햄스터 한마리당 가격이 2~3만원에 달해 선뜻 사주지 못했던 김씨는 얼마전 우연히 시내에 나갔다가 길거리에서 5천원씩에 팔고 있는 햄스터를 보고 '싸다' 는 생각에 덜컥 한쌍을 사갖고 들어왔다. 서너달만 키우면 새끼 낳는 것까지 볼 수 있다는 기대에 사육상자도 자주 청소하고 사료도 열심히 줘가며 키웠는데도 햄스터는 며칠 설사를 하더니 보름만에 죽어버렸고 아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이처럼 강아지나 햄스터.이구아나등 애완동물을 길거리에서 '싼맛에' 구입했다 금방 죽어버려 낭패를 보는 일은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번식력이 좋은 햄스터나 강아지를 농장에서 대량 번식시켜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생상태가 불량해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 또 태어난지 얼마 되지않은 동물을 서둘러 시장에 내놓는 것도 애완동물 수명단축의 원인이 된다.

더구나 수입동물에 대해서만 검역과정이 있을 뿐 국내 애완동물 판매에는 어떠한 검사과정도 없기 때문에 병든 애완동물 판매가 계속 성행하고 있다.

서울그레이스백화점 애완동물코너 오세열주임은 "강아지는 최소한 두달은 어미젖을 먹여야 하는데 길에서 3~5만원에 파는 강아지는 생후 1개월밖에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잡종개들은 어릴수록 예쁘기 때문에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판매대에 내놓다 보니 저항력이 약해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 따라서 구입할 때부터 병에 걸린 동물은 집에서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수명대로 키우지 못하므로 처음부터 철저하게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강아지는▶코가 반질반질하면서▶귀에 열이 없고▶먹이를 줘서 잘 먹는 것을 고르고, 햄스터의 경우는▶눈에 눈곱이 끼지 않고▶항문에 설사한 흔적이 없으며▶볼에 사탕을 문 것처럼 모이주머니가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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