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곳 중 2곳 작년 4분기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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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불황의 골은 깊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5곳 중 2곳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를 낸 기업도 수익 폭이 크게 줄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실물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Fn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1700여 개 상장사 중 16일까지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631곳. 이 중 136개사(21.5%)는 순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또 3분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된 기업도 118개사(18.7%)에 달했다. 한화증권 주현승 연구원은 “산업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종에서 당기순이익률이 전 분기보다 하락했고, 에너지·정보기술(IT)·유틸리티 부문은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11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거래소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총 6000억원 적자다. 올 초에 증권사가 내놨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2000억원.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의 실적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주요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222억원)는 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6970억원)는 7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국제유가 인하와 환율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정유사(SK에너지·에쓰오일)도 시장의 기대보다 적자 폭이 컸다.


적자 금액이 가장 큰 기업은 한국전력(-2조1633억원)으로 3분기(-3253억원)보다 손실이 대폭 늘었다. 한국가스공사도 적자 폭이 53억원에서 527억원으로 커졌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연구원은 “지난해 원자재값이 급등했지만 정부가 요금 인상을 계속 미루면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모두 현금 흐름이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4분기에 1조32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LG전자(-6713억원)와 우리금융(-6648억원), 대한항공(-6595억원)도 실적이 부진했다. 150개 기업은 전 분기보다 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95.9%), 삼성물산(-92%), 현대건설(-68.4%) 등 건설업의 실적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철강업체인 포스코(-40.8%)와 현대제철(-36.5%)도 순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에 비해 현대중공업은 순이익이 3배로 늘어나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본 현대모비스도 순이익이 2배로 뛰었다.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해 온 현대상선(8101억원)과 한진해운(5585억원)은 흑자로 돌아섰다.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원화 대신 외화로 회계장부를 작성한 덕분이다.

아직 실적 발표가 남아있는 기업이 있지만 실적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삼성테크윈(-451억원)과 한화석유화학(-286억원)은 4분기에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KTB투자증권과 효성, 풍산, 일진전기 등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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