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부진 DVD '닭과 달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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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소프트웨어가 개발.보급되지 않아 DVD플레이어가 안팔린다.

" (가전업체) "플레이어가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부터 만들 수는 없다.

" (소프트웨어업체) VCR처럼 테이프를 쓰지않고 광디스크를 사용해 화질과 음질을 대폭 향상시켜 VCR을 대체할 차세대 영상매체로 기대를 모아온 DVD업계에 이처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란이 일고있다.

DVD플레이어를 판매중인 가전업체는 소프트웨어가 없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고, 소프트웨어 업체는 기계 보급이 안돼 선뜻 시장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중인 DVD플레이어는 2종.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국내 처음으로 내놓았고 LG전자도 2백억원을 들여 제품을 개발해 올 2월 판매에 나섰다.

지금까지의 판매대수는 각각 1천대를 넘지 못한다.

그나마 가전제품 대리점에 '전시용으로' 깔아놓은게 대부분이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 것은 거의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지지부진하다.

삼성영상사업단에서 2종, LG소프트에서 3종을 만들었으며, ㈜SKC가 최근 1종을 내놓았다.

삼성과 LG 제품은 플레이어 판매때 증정용으로 주는게 고작이며 일반 판매는 생각조차 못하는 형편이다.

SKC도 "시제품으로 만들어 본것" 이라고 말한다.

LG전자의 이문주 (李文住) 부장은 "영화타이틀이 충분히 보급돼야 DVD플레이어가 제 기능을 발휘할텐데 지금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며 "플레이어 보급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TV와 DVD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판매시점을 저울질하는등 후속 제품의 상품화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DVD플레이어 판매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VCR에 비해 고가품 (89만원선) 이면서도 아직 녹화는 안되는등 기능상 문제도 있다" 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관련기술을 개발해 놓고 영화등의 판권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 시작은 되도록 늦춘다는 방침이다.

㈜SKC의 이한경 (李漢卿) 차장은 "기술은 이미 지난해말에 개발해 놓았다" 며 "50억원 정도의 설비투자만 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플레이어 보급이 저조해 투자 시점은 유동적" 이라고 말했다.

㈜새한 역시 "플레이어가 어느정도 보급돼야 시장에 참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삼성영상사업단도 "아직 수익성이 없어 섣불리 손대기 어렵다" 고 말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어와 소프트웨어 업체의 입장이 서로 달라초기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올해중 2만대의 DVD플레이어를 보급하겠다는 가전업계 목표가 차질을 빚을 것" 으로 내다봤다.

유규하.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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