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보충수업 부작용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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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율학습' 이란 이름이 붙은 중.고교의 보충수업이 변질되고 부작용도 많다.

올 여름방학중 영남지역 고교의 자율학습 시간은 1~2학년 60~80시간, 3학년은 1백10~1백20시간으로 잡혀 있다.

대구 K여고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이달 18일까지 하루 5시간씩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실에는 선풍기 4대씩이 있을 뿐이어서 한반에 57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찜통더위 속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 金모 (15.1년) 양은 "보충수업을 하지 않으려 해도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하거나 교무실로 부르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나오고 있다" 며 "덥고 힘들어 오후 수업을 빼먹는 학생들이 한반에 4~5명씩 된다" 고 말했다.

더욱이 N고.S여고등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과 진도가 늦다" 며 과학등 일부 학과수업을 정상적으로 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보충수업에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울산시동구 H고교는 더 심한 경우. 1천6백여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 수능과목 중심의 보충수업이 끝나면 원하는 과목의 수업을 받는 3시간짜리 학원식 자율학습시간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이 학교 모 교사는 "오후 수업은 2명의 교사가 한 학년 10학급을 모두 관리.감독해야 해야 돼 '죽을 맛' " 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수성구 모고교등 일부 학교선 보충수업을 위해 에어컨을 구입하면서 학부모들에 1인당 7만원씩 떠맡겨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정은 중학교도 마찬가지. 대구 S중학교등 일부 학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전교생을 불러 내 보충수업을 하는 바람에 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부모 朴모 (42.회사원) 씨는 "방학은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인데도 중학생까지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불만을 털어 놨다.

이런 항의때문에 지난달 21일부터 보충수업을 시작했던 또다른 S중학교는 8일만인 같은달 28일 이를 중단하고 보충수업비를 돌려 주기로 했다.

대구.울산 = 황선윤.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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